“학업성취도평가 학생 선택권 보장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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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밝혀
서울 이어 반대 움직임 확산
내달 13, 14일 시험 차질 우려

초중고교 학생들을 상대로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비롯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다음 달 13, 14일 치르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교육감은 24일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입장’에서 “(이번 시험이) 의무적인 국가 위임사무이기 때문에 수용하겠지만 정부는 학생 및 학부모가 (시험 참여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평가결과 공개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국가 주도의 일제식 평가는 지역 및 학교 간 서열화와 교육과정 파행, 사교육 유발 등의 부작용이 크다”며 “향후 교육감이 주관하는 평가는 서술 및 논술 중심의 표집시험(표본으로 뽑힌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도 최근 “학생 학부모에게는 원하지 않으면 시험을 보지 않을 수 있는 기본권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처럼 현직 교육감들이 학업성취도평가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다른 시도 교육감은 물론 전교조 시민단체들의 반대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은 시험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전국 9곳에서 참가자 3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체험학습이 계획된 곳은 서울 마포·상계, 경기 광명·과천·의왕 등 서울 경기 일원이다. 또 전교조는 시험 당일 오전 7시∼오후 9시 광화문광장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는 집회를 하겠다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했다. 집회 규모는 약 300명이다.

기존에 벌어진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체험학습 규모는 50명 이하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시험 대신 서울 광화문스케이트장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했고 올해 3월에는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실내 교육을 진행했지만 참가자는 많지 않았다. 전교조가 주축이 된 ‘일제고사 반대’ 집회도 별다른 충돌 없이 15분여 만에 끝났다.

문제는 개별 학생이 시험 당일 결석하는 것을 넘어서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하고 체험학습을 하러 가는 경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사가 시험 날 체험학습에 가는 행위를 복무 위반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징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시험 대신 체험학습에 간 교사 8명이 중징계, 5명이 경징계를 받았다. 올 들어 ‘일제고사 반대’ 움직임이 축소된 이유도 교사들이 징계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징계 수위가 낮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교과부가 징계 요청을 해도 최종 징계는 교육감의 몫이다. 교사가 무단으로 체험학습에 가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지만 교육감이 학교에 체험학습을 승인하도록 지침을 내린다면 위법 논란을 벗어날 수도 있다. 올해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이 주최하는 체험학습에는 전교조 창립기념식에서 현직 국회의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빚은 개그맨 노정렬 씨가 강사로 예정돼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 시험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우수·보통·기초’로 나눠서 현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는데 이것을 일제고사로 규정하는 것은 큰 오해”라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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