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함정피하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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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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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학작품엔 접근법이 있다… 낯선 작품에 겁먹지 말것!

《언어영역에서 비문학과 마찬가지로 문학도 어려운 제재라고 미리 단정하면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어디서 본 듯한데 내용이 잘 파악되지 않을 때에도 애를 먹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문학작품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험생은 절대로 ‘낯선 작품에 지레 겁을 먹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 강사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 출제되는 문학작품을 본 수험생은 대부분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EBS 수능강의 및 교재와 연계된 문제를 70% 출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학제재 중 적어도 5개 작품은 낯익고, 1개 작품은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EBS 문항 자체의 난이도도 똑같은 게 아니라 변별력을 유지하고 있다. EBS와 연계하지 않는 나머지 30%도 변별력을 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만 보더라도 교과서나 EBS 수능강의 및 교재에서 다뤄지지 않은 작품이 적어도 1개는 출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설령 생소한 작품이 출제되더라도 지레 겁을 먹고 문제를 대할 필요는 없다.

문학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살펴볼 사항이 있다. △제목 △인물의 상황 △사건의 인과 △배경의 상징성 △서술방식(표현방식) 등이 그것. EBS 수능강의 및 교재에서 본 듯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집착해 기억을 떠올리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는 안 된다. 도리어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탄탄한 장르적 지식을 바탕으로 접근한다면 처음 보는 작품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많은 학생이 ‘현대시’를 어려운 영역 중 하나로 꼽는다. 현대시가 출제된다면 △표면적 의미대로 감상하고 △시적 상황을 이해하고 △시어의 함축적 의미와 역할을 파악하고 △화자의 정서와 태도를 파악하고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를 파악하고 △유사한 상황을 비교하는 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런 방법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답지에 사용되는 용어를 모르거나, 비유나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면 오답을 고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수능에서는 수험생이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의 지문을 출제한다는 것이다.

[예문] 2010학년도 수능 32~37번 지문

(가)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승무」

(나) 여러 산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떼로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뜬겣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 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냈다.

지리산 하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 내면
뒷산 봉우리 받아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 받아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지리산 중
저 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름 끝에
비로소 한 소리 없는 강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줄기가
하동 쪽 남해로 흘러들어
남해 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지리산 하에서 울던 한 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이 세석(細石)겣 철쭉꽃밭을 다 태우는 것을 보았다.
* 길뜬 : 길이 덜 든
* 세석 : 지리산 정상아래 부근의 지명
- 송수권,「지리산 뻐꾹새」


조지훈의 ‘승무’는 다양한 교재에서 다뤄진 작품이었기에 많은 수험생이 친숙하게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송수권이 지은 ‘지리산 뻐꾹새’는 문학 교과서와 EBS 수능강의 및 교재에 모두 실려 있지 않아 생소한 작품으로 받아들였다.

‘지리산 뻐꾹새’는 ‘산문에 기대어’로 유명한 송수권이 1975년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저자가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면서 들었던 뻐꾹새 소리(실제로는 여러 마리의 새가 낸 소리였을 것으로 보이나 시인은 한 마리의 새가 내는 소리로 해석했다)에 착안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 시에서 설움(한)의 진정한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시에서는 한 마리의 뻐꾹새가 내는 울음이 여러 산봉우리에 메아리쳐서 전 산봉우리를 휩싸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수험생은 다른 문제를 통해 시 (나)에 대한 실마리를 많이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 (나)의 특징에 관해 물은 35번이 그것이었는데, 대략 다음과 같았다. 1연에는 화자가 깨달음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노력이 나타난다. 2∼4연의 첫 행은 각 연의 시적 공간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방식으로 시상 전개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3∼4연에서 ‘산봉우리’ ‘강’ ‘남해’ ‘섬’이 잇달아 연결되면서 변화와 생성의 세계를 보여 준다. 3∼5연은 연의 끝 부분에 ‘보았다’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깨달음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렇게 문제에서 제시된 실마리를 이용해 시를 분석하면 좀 더 쉽게 시를 해석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공간인 ‘지리산’, 전통적 한(恨)의 소재로 다뤄진 ‘뻐꾹새’, 역사의 재생과 극복의 공간인 ‘강(江)’ 등을 합쳐 보면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다.

여기서 출제된 문항은 다음과 같았다. 오답지인 ④번에 약 30%, 정답지인 ⑤번에 약 50%의 수험생이 반응을 보였다. 꼼꼼히 따져보면 정답을 고르기가 쉬웠을 텐데, 많은 학생이 생소한 작품이라고 미리 겁을 먹고 허둥지둥 대다가 오답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34. (가)의 ‘서러워라’와 (나)의 ‘설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의 설움은 역사적인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② (나)의 설움은 자연물의 주술적 속성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출된다.

③ (가)와 (나)의 설움에는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

④ (가)와 (나)의 설움은 외부 대상과는 무관하게 화자의 내면에서 생성되는 정서이다.

⑤ (가)는 밤을 지새우는 ‘귀또리’의 소리를 통해, (나)는 ‘철쭉꽃’의 색채를 통해 설움을 환기하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가)의 시적 화자는 세사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승화시키고자 승무를 추고 있다. 그 고뇌는 마지막 연의 ‘귀또리가 지새는 삼경’까지 지속되고 있다. 즉 밤을 지새우는 ‘귀또리’의 소리를 통해 설움을 환기하면서 시상을 마무리한다.

(나)의 마지막 연에는 ‘뻐꾹새 울음이 /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 이 세석 철쭉꽃밭을 다 태운다’고 표현돼 있다. 즉 철쭉꽃밭의 색채를 통해 얼마나 깊은 서러움인지를 환기하며 시상을 마무리한다. 따라서 정답은 ⑤번이다.

오답지 ④번에서 (가)의 설움은 여승의 내면, (나)의 설움은 외적 대상인 ‘뻐꾹새’에서 비롯됐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함정에 빠지게 된다. 또한 두 개의 요소가 다 맞아야 하는데 하나만 보고 성급하게 정답을 고르면 함정에 빠지게 된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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