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2>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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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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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계속 가난할까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로버트 게이트 지음·지식의 날개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난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탐욕스럽고 무능한 정부 밑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짐바브웨의 젊은이 마로와는 2000년 신생 야당인 ‘민주 변화를 위한 운동’에 가입했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를 끝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홍보물을 봉투에 넣는 단순한 일을 하며 야당을 도왔다.

그가 납치된 것은 수도인 하라레 외곽 빈민촌에서 개최된 야당 모임 직후였다. 귀갓길에 차에서 내린 건장한 남자 두 명이 권총을 겨누었다. 중앙정보기구 요원이었다. 그는 한적한 불모지에 끌려가 죽을 만큼 얻어맞았다. 그가 의식을 회복하자 요원들은 날카로운 자전거 바퀴살을 그의 직장에 넣어 생식기 쪽으로 관통시켰다. 그는 목숨을 건졌지만 생식 능력을 잃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자로 7년간 아프리카 취재를 담당한 저자는 현지 취재를 통해 아프리카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고 아프리카인들이 왜 가난한지를 분석한다. 아프리카가 빈곤의 사슬을 끊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저자는 각국 정치권력의 부패와 무능을 꼽는다.

인접국이며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잠비아와 보츠와나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잠비아는 1960년 독립 당시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고, 보츠와나는 영국 식민지 관리가 표현했듯이 ‘쓸모없는 땅덩어리’였다. 잠비아의 초대 대통령 케네스 카운다는 사회주의 노선을 내세웠다. 카운다는 국부의 원천인 구리 광산을 국유화하고 국영 광산회사 관리들의 부패를 눈감았다. 구리 광산에만 의존한 채 외화를 획득할 대체수단 개발을 등한시했던 잠비아는 국제 구리 가격이 폭락하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잠비아는 오늘날 독립 당시보다 더 가난해졌다.

반면 보츠와나는 풍부한 광물 자원인 다이아몬드를 팔아 벌어들인 외화를 사회간접자본과 교육, 의료사업에 투자했다. 사기업을 육성하고 외자를 유치해 국부를 불렸다. 국가 운영은 투명했고 정부 예산은 늘 흑자였다. 1966년 독립 당시 통계에 잡히지 않을 만큼 보잘것없었던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1년 3000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아프리카의 번영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에이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02년까지 약 4600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에이즈로 사망했거나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는 히틀러가 살해한 유대인 수보다 7배나 많은 수치이며 제2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문제는 에이즈가 주로 섹스로 퍼지는데 아프리카인은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케냐에서는 근래에 기독교, 이슬람 단체들이 ‘난교를 조장한다’며 성교육 팸플릿과 콘돔을 불태우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외국인이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를 말할 때 그 속에는 아프리카인에 대한 편견이 들어 있다며 “우리는 정욕이라는 죄에 중독돼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는 열등 인간으로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이 조장하는 종족 간 분쟁, 부동산 등기 등 재산권 보호 제도의 미비, 체계적이지 못한 선진국의 원조 등도 아프리카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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