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한 골프장… ‘러프’ 빠진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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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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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골프장 370개+올해 50개 개장+100곳 개발중+230곳 인허가 절차관광객 줄고 회원권값 뚝…입회금 반환청구 줄이어

현재 80%의 공사가 진행된 경남 사천시의 한 골프장 건설현장. 꽃샘추위로 잔디가 잘 자라지 않자 검은 덮개로 잔디를 보호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경기침체와 지분 소송 등으로 회원권 분양률이 30% 선을 밑돌고 있다. 사천=이종식 기자
현재 80%의 공사가 진행된 경남 사천시의 한 골프장 건설현장. 꽃샘추위로 잔디가 잘 자라지 않자 검은 덮개로 잔디를 보호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경기침체와 지분 소송 등으로 회원권 분양률이 30% 선을 밑돌고 있다. 사천=이종식 기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 씨는 2004년 8월 제주도에 있는 C골프장의 회원권을 1억2000만 원(입회 보증금)에 샀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밀려드는 손님으로 제주도 골프장들은 예약난을 빚었고, 너도나도 골프장 건설에 뛰어들었다. 2002년 8개에 불과하던 제주도내 골프장은 2004년 이후 매년 3, 4개 늘어 현재 27개에 이른다. 골프장은 3배 넘게 증가한 반면 지난해 제주도 골프 관광객 수(100만 명)는 2004년(55만4000명)보다 2배 남짓 늘었다. 하지만 중국, 동남아 등과의 가격경쟁에 밀려 지난해 외국인 골프 관광객은 3만8000여 명에 그쳤다.

그런 탓에 회원권 가격은 5년 전보다 30% 넘게 급락했고 이 씨는 결국 골프장을 상대로 입회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내년까지 입회금 반환 청구가 예정돼 있는 전국 골프장은 60곳. 입회금 반환 규모는 3조975억 원에 이른다. 제주도, 영남권, 호남권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5년 전보다 각각 34.7%, 12.4%, 14.6% 하락했다. 제주에서 시작된 회원권 하락세가 영·호남을 거쳐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추세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골프장은 340여 곳.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골프장까지 합치면 370여 곳이다. 올해는 경기침체로 분양하지 못했던 50여 개 골프장이 한꺼번에 개장할 예정이다. 여기에 100여 곳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230곳이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대로라면 인구수에 따른 적정 골프장 수(450곳)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반면 골프장 누적이용객 수는 2007년(2234만 명)까지 두 자릿수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뒤 하향 추세다.

골프장 난립은 각종 불황형 소송도 낳고 있다. 경남 사천시의 한 골프장은 2003년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경기침체로 회원권 분양이 저조한 데다 동업자 간 지분 다툼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지난해 말 창원지법에 주식소유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고 이달 말 예정된 개장도 두 달가량 미뤄져 회원권 분양은 30% 선을 밑돌고 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골프장 건설에 뛰어들면서 인허가 과정의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골프장 건설은 평균 700억∼800억 원의 자금이 들지만 일부 영세업체는 일단 자기자본금 50억 원 미만으로 무리하게 인허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에 불법 금품이 흘러간 혐의가 포착돼 여러 건이 기소됐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골프 접대가 줄었고 골프 인구도 급감했다. 결국 2440개 골프장 중 800곳이 입회금을 반납하지 못해 도산했다. 회원권 가격도 최대 20분의 1까지 폭락했다. 이 영향으로 2000년대 들어 한국과 일본의 입장료(그린피) 수준은 역전됐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한국 골프장 비회원 평균 입장료(14만2100원)는 일본보다 4만9000원가량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측은 “470∼500개의 골프장이 운영될 2013, 2014년이되면 일본이 경험한 것처럼 한국 회원권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기 포천시의 한 골프장 대표는 “한국 그린피의 절반 이상은 세금”이라며 “골프 대중화를 위해 세금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회원권 분양이 가능한 공정을 50%로 올려 미자격 업체의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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