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조사 좌우 모두 다뤄 공정성-객관성 확보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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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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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진실화해위원장 취임
“100쪽 보고서 만드는데 평균 2억이나 들어서야…고비용-저효율 개선할 것”

이영조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신임위원장이 2일 취임식에서 “앞으로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두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이영조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신임위원장이 2일 취임식에서 “앞으로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두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이영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신임위원장(54)이 위원회 내부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2일 취임식 자리에서였다. 그는 11월로 임기가 만료된 안병욱 위원장의 후임 위원장으로 이날 취임했다. 이 위원장은 진실화해위의 비효율성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까지 신청사건의 75% 이상을 처리한 것도 대단하다고 스스로 성과를 내세우는 분들도 있다고 알고 있지만 외부인들 눈에는 200명 이상의 직원이 4년 동안 1년에 200억 원 정도를 사용하며 이룬 성과로는 미흡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예산을 대비해 보면 100쪽도 되지 않는 보고서 하나에 2억 원 이상이 들어갔다.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1년에 평균해 3분의 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고서를 생산했다. 어느 모로 보나 생산성이 높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건조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그동안 제3자의 눈에 편향됐다고 비칠 소지가 있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사건현장 표지판 설치, 위령제 지원과 참석, 홍보 등 몇 가지 예를 보더라도 우리 위원회는 마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인권침해사건만 다루도록 돼 있는 위원회같이 보일 때가 많았다. 그 결과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여 위원회의 귀중한 활동 전체가 매도되는 일도 없지 않았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도록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취임사를 빌려 위원회 구성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뒤 돌아온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 위원장은 쓴소리로 일관한 취임사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진실화해위가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조사 과정과 내용의 공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99차례 일을 잘하고 한 가지만 삐끗해도 신뢰도에 치명적 영향을 받는 곳이 과거사를 다루는 우리 위원회다. 지난 활동을 돌아보면 조사를 신청한 유관 단체의 근무 경험자나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이 위원회에서 조사를 맡는 경우도 있었다.”

진실화해위가 국민보도연맹 조사의 사례처럼 군경에 의한 학살은 크게 다루고 결과 공개에도 적극적인 반면, 인민군 등 좌익세력에 의한 학살은 외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우리 위원회는 인민군이나 좌익인사 등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및 희생 사건도 다루게 돼 있다. 조사 결과를 공개할 때도 양쪽을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일도 없고 위원회의 다른 활동도 매도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2006년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3년 반 동안 신청사건의 75%(보고서 303건)를 처리한 속도로는 반년밖에 안 남은 조사 종료 시점까지 남은 25%를 처리하기 어렵다. 비용 문제도 그렇다. 외부 용역이나 위탁을 줬으면 비용을 10분의 1만 들여도 할 수 있었던 일이다.”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2005년부터 상임위원으로 근무한 그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안 보이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져 진보진영 인사가 득세한 진실화해위에서 활동하면서 위원회 조직에서 느낀 복잡한 감정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제 위원장이라는 페인트를 뒤집어써서 상임위원 때보다는 잘 보이게 됐다. 지난 4년 동안 상임위원으로 일하며 내가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보였다고 자부한다. 다른 위원들과 조사관들도 내 진정성을 믿고 도와주리라 믿는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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