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지원’서 ‘중산층 아이 낳기’로 무게중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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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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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5세 아동에 주는 보육료
4세이하로 돌려 보조 확대
맞벌이 부부엔 영아 돌보미

싱글맘 차별대우 철폐
다문화지원-복수국적 허용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25일 제안한 저출산 대응 전략은 자녀 출산부터 양육, 취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대책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세부 방안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최종안으로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 중산층으로 눈을 돌린다

미래위의 이날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는 그동안 추진해온 저출산 대책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시작했다. 지금도 불임부부의 시험관 아기 시술비용 지원, 만 4세 이하 아동의 보육·교육비 지원,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공공주택 특별분양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9명에 그쳤고, 전체 출생아 수도 46만5900명에 그쳐 2007년보다 3만 명가량 줄었다.

미래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 지원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고, 여성에게 편중된 과도한 육아부담으로 출산 의지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300여 건의 저출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 가구에 혜택이 돌아가고, 정작 여건만 허락되면 애를 낳을 수 있는 중산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게 미래위의 판단이다.

또 미혼모나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생겨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지원이 불충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울러 엄격한 단일 국적주의를 고수함으로써 밖에서 이민 오는 사람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점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1999년부터 10년간 국적상실자는 21만2000명으로 신규 국적취득자(7만4600명)의 3배에 달했다.

○ 논란 예고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

미래위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자녀 양육부담 경감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지원 확대 △일과 가정의 양립 기반 강화 △‘싱글맘’ 등 다양한 가족 형태 지원 △‘한국인 늘리기’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녀 양육부담 경감을 위해선 초등학교 취학가능 연령을 지금의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교를 1년 빨리 보내면 정부로서는 일정 소득계층 이하 가정의 만 5세 아동에게 지원하던 보육료를 만 4세 이하 쪽으로 전환할 수 있고, 가정에선 유치원이나 유아원에 내는 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학제를 고쳐야 한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한꺼번에 할 수는 없고 초기에는 희망자에 한해 1년 빨리 보내도록 하거나 생일이 빠른 아이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각 가정에 도우미가 직접 찾아가 0∼2세 영아를 돌봐주거나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아이를 맡아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인센티브로는 부모의 정년 연장이 눈에 띈다.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입이나 취업 때 우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자녀에 대한 혜택을 준용하는 식이다.

미래위는 ‘다양한 가족 형태 지원’과 관련해서는 정부 지원보다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우선 추진 과제로 꼽았다. 낙태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거나 청소년이 임신할 때 자퇴를 강요하는 관행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낙태 (반대)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주무부처로서 낙태를 단속할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과 협의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과거 정부와는 완전히 다르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날 “미래위가 내놓은 주제는 확정을 지은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논의 과제”라고 선을 그은 데서 알 수 있듯 공론화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내년 저출산 고령화 5개년 계획 마련

정부는 미래위가 이날 제시한 대책을 참고로 내년에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5개년 계획(2011∼2015년)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다. 5개년 계획에는 재정 투입 방안도 포함된다. 미래위의 대책이 정부 과제로 공식 확정될지도 이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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