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 - 주거 제공… 필요땐 국적 바꿔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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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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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법-민법 동시 개정 필요… 예산도 난관
■ 범죄증인 보호 주요내용

미국 연방수사국(FBI) 소속 ‘존 크루거’(아널드 슈워제네거 분)는 방위산업체 임원인 리 컬른(바네사 윌리엄스 분)을 안전가옥으로 데려간다. 리는 이전에 살던 도시를 떠나 전혀 알 수 없는 곳에서 전혀 다른 인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FBI와 협력해 기밀을 다뤄온 리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기밀유출 사건을 증언해 줄 핵심 증인. 정부 관계자가 비호하는 세력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증인보호 프로그램’ 전문가인 존의 임무는 중대범죄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쥔 증인이 피살 위험에 처했을 때 증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증인의 모든 과거 흔적을 없애는 것이다. 존의 암호명은 ‘이레이저(Eraser·증인보호를 위해 과거의 이력을 모두 지워주는 사람)’. 존은 리가 갖고 있던 신분증을 모두 빼앗아 폐기한 뒤 새로운 신분증을 건넨다. 리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모두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한 채 살아간다. 미국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다룬 영화 ‘이레이저’에 나오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거주지와 신분을 바꾸고 얼굴을 성형하는 일이 한국에서도 곧 현실이 된다. 대검찰청이 미국식 증인보호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기초 연구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초쯤 범죄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증인과 그 가족을 보호하고자 신원을 새로 만들어내려면 민법과 국적법 등 관련 법령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따라 증인이 외국 국적을 택할 경우 해당 국가와 외교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또한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미국은 당초 매년 25∼50명을 보호대상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운영과정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증인 보호에 나서면서 30여 년 동안 모두 4억 달러가 들었다. 검찰은 범죄조직으로부터 몰수하는 범죄수익금이나 은닉자금 등을 재원으로 삼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조성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나 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증인면책’ 제도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증인면책제도는 조직폭력 및 마약범죄 등 특정한 범죄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사람이 주요 피의자와 공범관계일 때 결정적인 증언을 해 주는 조건으로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검찰은 이런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는 한편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검토해 법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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