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2부>③ 태양빛으로 교실 불 켜는 서울 대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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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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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중학교 학생들이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된 학교 건물 앞에서 이옥란 교장(왼쪽)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대왕중학교 학생들이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된 학교 건물 앞에서 이옥란 교장(왼쪽)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태양광 발전 ‘그린 스쿨’서 전깃불 끄기 ‘녹색 습관’이…

《‘녹색 학교(Green School)로 저탄소 미래를 연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대왕중학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 다소비 학교였다. 여름철 실외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학생들은 교실에서 에어컨을 켜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겨울이면 서울 강남의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실 온도를 높여 달라는 학부모들의 전화도 빗발쳤다. 그랬던 이 학교 학생들이 요즘에는 전기 1kW, 가스 1m³의 가치를 따지고 있다. 학부모들도 자녀와 함께 가정용 전기 수도 가스 생활쓰레기가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를 계산하고 있다. 교사들은 녹색 성장 교육을 위해 교과목에 환경 문제를 넣는 한편 학교 건물에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학습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전력 생산량 눈으로 확인… 에너지 절약 학습효과 커
영어 교재로 친환경 교육… 학교 쓰레기도 많이 줄어


○ 그린 교과와 그린 리더


대왕중 1학년 환경인증 도서의 제목은 ‘즐거운 불편’이다. 학생들은 이 책을 보고 저탄소 생활을 익힌다. 화석연료인 석유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거나, 쓰레기 분리수거에 나서는 일에는 불편이 뒤따른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런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가르친다.

‘먹이사슬(Food chain)에서 포식자(Predator)와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Scavenger)을 알아봅시다.’ 대왕중 2학년 생활영어 시간에 나오는 질문이다. 학교는 환경 용어를 교실에서 익힐 수 있도록 영어 교재에 이 같은 자료를 넣었다. 1학년 창의적 재량 시간과 3학년 외국 문화 이해 시간에도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온 캐나다와 같은 외국 사례와 저탄소 실천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녹색 성장 개념을 익힌 학생들은 체험학습에 들어간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뒤 식물에 미치는 영향 조사하기, 화력 원자력 풍력 발전소 탐방, 학교 앞 숲 가꾸기 운동이 그런 예다.

저탄소 생활에 습관이 붙은 학생들은 환경동아리와 환경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미래의 그린 리더(Green Leader)들은 학교 밖으로 자주 나간다. 환경동아리 회원 중 도시 습지를 탐구하고 있는 1학년 이현우 군을 비롯한 학생 4명은 주말이면 학교 주변 양재천에서 물고기를 관찰하기 위해 수시로 강물에 들어간다. 이 학생들은 “강변을 순찰하던 공익근무요원에게서 여러 차례 입수 금지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 태양광 그린 스쿨

대왕중 건물 1층 중앙 통로에는 태양광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학교가 문을 열면 이 발전기에서 축적된 전기는 일단 학교가 사용하고, 학교가 문을 닫은 뒤에 생산되는 전기는 한국전력공사로 보내진다. 학교는 한 달 전기 사용량에서 태양광 전력 생산량을 뺀 나머지 전력량을 환산해 사용료를 낸다. 이 학교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200만 원 안팎. 학교는 태양광발전기를 가동한 뒤부터 매월 20만 원가량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이 발전기의 온실가스 감축 규모는 연간 5t이다.

이 학교 과학교사인 신청식 부장은 “발전기가 절약하는 화석 에너지 양은 비록 적지만 학습 효과는 잴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지금 기술 수준에서 태양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설명해준다. 1학년 한주엽 군은 “태양광발전기 모니터에서 발전량을 체크하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하루빨리 녹색 기술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린 스쿨 프로그램을 2년간 운영한 이 학교는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교실에서는 불끄기 습관이 뿌리내렸다. 또 쓰레기로 가득 찼던 매점이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학교 급식과 교통정리를 돕는 환경 자원봉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그린 스쿨 효과다. 이 학교 김승수 교감은 “올해 안에 녹색 성장 교육 모델을 주변 학교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비보이 초청 환경행사로 학생 호응 높여” ▼

이옥란 대왕중 교장


“흥미를 갖고 녹색 성장 교육에 접하게 한 뒤 친환경 습관을 익히게 하는 것이 미래의 녹색 리더를 키우는 길입니다.”

대왕중학교 이옥란 교장이 말하는 녹색 성장 교육 방식이다.

―2007년 부임할 당시 녹색 성장 교육을 학교에 정착시키기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생활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물질적 환경이 풍족하고 소비 성향이 높은 곳에 자리 잡은 학교이어서 무엇이든 덜 쓰고 버리던 학생들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초기 단계에서는 ‘습관을 고쳐야 지구를 살린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는 한편, 학교 본관 건물 복도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 문제를 주제로 조형물을 설치했다. 의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학생들이 과거의 환경 운동과 요즘의 녹색 성장 캠페인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줄 아는가.

“지난해까지 학교는 에너지 절약, 교복 물려주기 등 온실가스 저감에 중점을 둔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에는 학교에 녹색성장교육부를 신설하고 친환경 성장을 주제로 외부 강사 초청 강연, 체험 학습 횟수를 늘렸다. 교육 프로그램에 충실했던 학생들은 이제 ‘녹색 성장이 단순히 공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의 그린 스쿨 프로그램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녹색 성장 교육을 위해서는 ‘흥미’와 ‘재미’라는 요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은 아무리 좋은 캠페인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팔짱만 낀다. 학용품 생활용품을 바꿔 쓰기 위한 장터를 열 때, 학생들이 시장 상인 차림으로 분장한 뒤 호객 행위를 하게 허용하거나 환경 행사가 열릴 때 댄스 그룹 비보이를 초청했더니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아졌다.”

―학부모들도 요즘 녹색 성장에 관심이 높아졌나.

“그렇다. 학교에서 외부 강사 초청 강연이 열리면 강의 내용을 다시 듣고 싶다고 말하거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물어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지식수준이 높은 학부모일수록 학생들이 받는 환경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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