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홍천 이주여성들, 영화속으로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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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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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명 출연한 ‘금광 속의 송아지’
아시아 다문화영화제 개막작 상영

‘홍천 아시아 다문화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금광 속의 송아지’ 포스터. 사진 제공 홍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홍천 아시아 다문화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금광 속의 송아지’ 포스터. 사진 제공 홍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내 얼굴이 실물보다 훨씬 예쁘게 나왔네요. 하지만 서투른 연기는 불만입니다.”

24일 강원 홍천군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홍천 아시아 다문화영화제’ 개막식. 이날 행사에서 관람객들은 개막작 ‘금광 속의 송아지’를 90분 동안 진지하게 지켜봤다. 이 가운데 영화를 가장 가슴 졸이며 본 이들은 영화에 직접 출연한 홍천의 결혼이주여성들과 동면 월운리 주민들. 이들은 영화가 끝난 뒤 아쉬움과 만족스러움이 섞인 영화평을 서로 주고받았다.

신지승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해 9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1년 만에 완성했다. 홍천의 결혼이주여성 200여 명이 출연했다. 홍천군 주민 1000여 명도 군중 장면에 등장했다. 이 영화는 홍천에서 살고 있는 아시아 각국 이주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내일의 희망을 생생하게 담았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짠 뒤 그때그때 출연자들의 처지와 생각에 따라 대사를 만들어 연기하는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중국 출신 송지위 씨(32)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다”며 “특히 연기를 하면서 한국말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촬영에 임하는 주민들의 열정은 직업 배우들 못지않았다”며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자막을 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이들이 정말 이방인으로 비칠 것 같아 일부러 자막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천 아시아 다문화영화제는 홍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공동체영화 제작사 ‘창시’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후원으로 올해 처음 열렸다. 다문화가족 여성들이 자국 영화를 선정해 번역하고 자막을 넣는 등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번에 소개된 영화는 6편. 이 가운데 해외작은 캄보디아의 ‘어머니 죽음’과 대만의 ‘수입 아내’ 2편. 특히 ‘어머니 죽음’은 캄보디아 영화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상영돼 의미를 더했다. 당초 해외작 7편을 상영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영향으로 영화제 일정이 23, 24일 이틀로 줄면서 5편의 상영이 취소됐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는 행사 축소에도 불구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홍민숙 팀장은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다문화사회로 거듭나는 데 이번 영화제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더욱 성공적인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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