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미 피츠버그주립대 합격 김준환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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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한때 250명중 80등… 특성화 고교생, 美 명문대를 감동시키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믿겨지지 않았어요. 좋은 결과를 얻으니 힘들었던 순간이 싹 사라졌죠.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어깨를 겨루며 공부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려요. 앞으로 남녀노소가 모두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요.”》
충남인터넷고 3학년 김준환 군(18·사진)은 요즘 여기저기서 축하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미국 피츠버그주립대 컴퓨터공학과에 당당히 합격했기 때문이다. 김 군은 피츠버그주립대 입학사정관에게 전문지식과 발전가능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반계 고교나 특목고의 우수 학생들도 입학하기 어려운 미국 명문대에 특성화 고교 학생이 합격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과다.

김 군은 “많은 사람과 같은 길을 가기보다는 나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꾸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유학길에 오를 김 군은 지금 영어공부에 ‘다 걸기(올인)’하고 있다.

○ 다른 선택, 새로운 미래를 열다

중학 시절 김 군의 성적은 전교생 250명 중 80여 등에 머물렀다. 학교 숙제는 대충 해가는 날이 많았다. ‘적당히 수업 듣고 시험기간에 반짝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업성적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컴퓨터게임만큼은 남달랐다. 김 군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즐겼다. 매일 게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3, 4곳에 접속해 게임 정보를 공유하고 공략법 등을 수시로 올렸다. 인터넷을 통해 궁금한 부분이 풀리지 않을 땐 직접 만나 게임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음악게임 ‘오투젬’에 빠져 게임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 군은 중학교 3학년 말, 고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일반계 고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선뜻 내키지 않았다. 결국 김 군은 특성화 고교 중 하나인 충남인터넷고 인터넷상거래과에 지원했다.

“제 성적으론 일반계 고교에서 주목받기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좋아하지 않는 분야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웠어요. 컴퓨터에 관심이 많으니까 일찍 진로를 정하면 좋겠다 싶었죠.”

고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김 군의 꿈은 교사였다. 그가 아는 직업은 교사, 의사, 컴퓨터 게이머 정도였다. 하지만 충남인터넷고에는 컴퓨터를 단순히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김 군은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 컴퓨터, 놀이를 넘어 배움의 대상으로

김 군이 입학한 해에 정보기술(IT) 인재를 기르자는 취지로 충남인터넷고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영재반이 대표적. 국내 대학은 물론 외국 대학 진학을 겨냥해 국제자격증, 외국어 능력,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등을 체계적으로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25명을 뽑는 영재반 선발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 김 군은 정규수업이 끝나면 4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방과 후 수업에 참여했다.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과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따기 위한 이론과 실습 교육이 진행됐다.

김 군은 전교 5등 안팎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수학과 영어과목에서는 교과우수상을 받았다. 선생님들이 학생 개개인에게 많은 애정을 쏟는 점에 감명을 받아 학교생활에 적극 참여했다.

1학년 2학기 들어서면서 김 군은 처음으로 컴퓨터 네트워크 이론을 배웠다. 낯설고 어려웠다.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운영능력을 공인하는 국제자격증 ‘CCNA(Cisco Certification Network Associate)’에 도전해 보기로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무슨 일이든 목표가 있으면 지치거나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 군은 집 안에 설치된 네트워크 장비를 분해했다. 컴퓨터 네트워크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네트워크 장비 실습을 하던 중 학교의 모든 네트워크가 하루 동안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작 하루였는데도 인터넷이 안 되니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네트워크 전문가가 수리하고 나서야 정상 작동됐죠. 간단한 명령어를 잘못 입력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선 ‘더 꼼꼼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김 군은 스스로 책을 보면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았다. 지난해 6월 CCNA를 취득했다. CCNA에 합격하면 미국 100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미국 유학이다.

○ 유학은 시작에 불과… 내 꿈은 진화한다

영어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했다. 김 군처럼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 영어 말하기와 듣기 교육을 강화한 것. 미국 대학 입학 기준으로 토플 성적을 올리도록 토플 대비 수업도 이뤄졌다.

김 군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공부에 할애했다. 영어단어를 하루에 평균 100개, 많게는 300개가량 외웠다. 단어를 잊어버리면 머릿속에 완전히 기억될 때까지 몇 번이고 외우고 또 외웠다. MP3플레이어를 이용해 영어듣기 연습을 했다. 또 쉴 땐 영미권 영화를 보면서 외국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유학 준비에 만전을 기했지만, 올해 8월 지원서를 작성하던 김 군은 진학 상담교사에게 “지금 토플 점수로는 합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오로지 유학만을 준비해 왔는데…’라는 생각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1주일 동안 실의에 빠졌던 김 군은 가족들에게 선포했다. ‘목표한 영어성적을 받을 때까지 학교에서 공부에 매진하겠다’고 말이다.

김 군은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게임을 하는 일을 모두 중단했다. 휴대전화도 수신만 가능한 형태로 변경했다. 밤 1시가 넘도록 공부하는 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두 달을 보냈다. 내신성적과 국제자격증 등을 통해 예비 합격했고, 최근 대학에서 요구하는 영어성적에 도달해 최종합격통지를 받았다.

김 군은 “공부하면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선생님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군은 피츠버그주립대 외에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애리조나주립대 등 10여 개 대학에 지원해 합격 통지를 기다리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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