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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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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반량 절반으로 줄였더니 식재료비-인건비도 줄어
年 2500만원 이익 냈어요”
“음식쓰레기가 절반이나 줄다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권정주 사장(55·여)은 ‘남은 음식 제로 운동’의 예찬론자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음식점 업주가 그렇듯 권 사장 역시 ‘혹시 이거 하다 우리 집만 손님 떨어지는 거 아냐’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서울성동구청과 한국음식업중앙회 성동구지회의 권유로 지난해 4월부터 ‘딱! 먹을 만큼’ 운동을 벌인 지 1년 8개월. 그의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2t에서 1t으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위탁업체에 맡긴 음식쓰레기 처리비용도 한 달 20만 원에서 10만∼11만 원으로 줄었다. 반찬 낭비가 줄면서 음식재료 구입비도 월평균 50만∼60만 원 감소했다.
가장 큰 효과는 인력 감축을 통한 경영 개선이다. 모든 손님에게 제공하던 3가지의 밑반찬을 테이블에 미리 갖다 놓고 손님이 스스로 먹을 만큼 덜어먹게 하니 과거에 테이블마다 1∼3번씩 나오던 “아줌마, 이거 더 주세요”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따라 월급이 130만∼140만 원인 홀 서비스 직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권 사장이 음식쓰레기 감소와 음식재료 구입비 절감, 직원 감축을 통해 얻은 경영 이익은 자그마치 연 2280만∼2520만 원. 연간 매출액 3억 원의 7.3∼8.4%에 이르는 거액이다.
그의 ‘감동’은 이런 경영 이익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의외의 감동은 바로 손님에게서 나왔다. 그는 당초 고객은 ‘음식쓰레기 절감 운동’에 부정적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추측은 빗나갔다. 호응은 놀라웠다. 손님의 70%가 ‘스스로 가져간 반찬’을 1%도 남기지 않았다. 성동구청이 음식쓰레기를 전혀 남기지 않는 손님에게 제공하던 3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이 없어진 이후에도 음식쓰레기를 전혀 남기지 않는 손님은 여전히 50%에 이른다.
당초 우려와 달리 손님도 10%가량 늘었다. ‘이 집은 절대 음식재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손님들의 확신이 되레 고객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권 사장은 12일 “최근 반찬 재료값이 매년 10%씩 올랐지만 6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운동 때문”이라며 “불평하기는커녕 되레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손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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