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해안시대]경남도 ‘이순신프로젝트’ 핵심사업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코멘트
《 ‘앞쪽에 용머리를 붙였고(前設龍頭), 입으로 대포를 쐈으며(口放大包), 등에는 쇠못을 꽂았다(背植鐵尖).’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은 난중일기(亂中日記)의 부록에 해당하는 임진장초(壬辰狀草·국보 76호)에서 거북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생김새다.

하지만 일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거북선의 실체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거북선이 철갑선이었느냐, 목선이었느냐, 2층 구조인지, 3층 구조인지를 두고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모두 거북선의 실체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수십 년간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거북선 발굴이 시도됐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다.

경남도가 2007년부터 추진한 ‘이순신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거북선 탐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확실한 성과는 없지만 역사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경남도의 무한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살아있는 역사’ 거북선의 진실을 향한 무한도전
칠천도 해역 샅샅이 탐사작업 진행
민간기업 참여유도… 전국 누리꾼 모금운동도

○ 경남도의 무한도전

1597년(선조 30년) 7월 정유재란 당시 경남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일대에서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이 지휘한 거북선 4, 5척 등 함선 169척은 왜선 600여 척과 열흘간 혈전을 벌였다. 이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 1만 명과 대부분의 함선은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사학자들은 칠천도 일대를 거북선 발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아왔다.

1973년부터 정부와 해군은 거북선 등 조선 전함의 매장 가능성이 높은 이 일대에서 거북선과 해저유물 발굴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7년 경남도는 이순신 프로젝트의 핵심을 ‘거북선 실체 찾기’로 결정하고 다시 한번 칠천도 해역 1584만 m² 일대를 샅샅이 훑기로 했다. 사업비 13억여 원, 탐사 전문업체 3곳, 전문탐사선, 전문요원을 투입했다. 수중 발굴답게 해저면에 있는 물체의 정보를 전달하는 멀티 빔, 해저표층 20m 이상 물체를 감지하는 지층탐사기, 자성(磁性)을 띤 무기류를 파악하는 자기탐지기, 다방향 카메라 등 30여 종의 첨단장비도 준비했다. 거북선 찾기 출항식에서 김태호 경남지사는 “거북선을 비롯한 해저유물을 찾는 것은 후손의 역사적 과업이자 ‘신화의 역사’를 ‘살아있는 역사’로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거북선 탐사는 1년여 동안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해 6월 1일∼7월 30일 1차 탐사에서 최첨단 장비로 칠천도 해저면 탐색 결과를 분석한 뒤 잠수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해저면 57곳에 걸친 2차 탐사(지난해 11월 20일∼12월 10일)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그릇 여러 점을 발견했다. 당시 탐사팀은 거북선의 잔해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흥분했다. 탐사팀은 올 3월 15일∼4월 15일 벌인 3차 탐사에서 그릇 발견지점의 펄 밑을 일일이 손으로 파보기까지 했다. 7월 한 달간 이뤄진 4차 탐사 역시 2m 이상의 펄을 파고드는 대역사였다.

○ 현재 진행형인 거북선 찾기 운동

결론적으로 1년여에 걸친 거북선 탐사사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진왜란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물병과 자기 조각 60여 점만 인양했을 뿐 거북선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남도에 이어 국내외 민간기업들이 거북선 탐사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중 탐사기술을 보유한 미국 아쿠아 서베이사는 최근 경남도에 ‘임진왜란 해저유물탐사 사업 제안서’를 냈다. 1000만 달러를 투자해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거북선 탐사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거북선 찾기 모금 운동이 진행 중이다.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 모금청원 코너에는 지난달 18일부터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거북선을 깨웁시다!’라는 제안이 올라온 뒤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10일 현재 전국 누리꾼들이 100만 원가량을 모았다. 이 아름다운 성금은 민간탐사단인 ‘21세기 이순신 연구회’에 전달돼 11월까지 이어지는 거북선 탐사 2단계 사업자금으로 사용된다.

경남도와 탐사팀은 “스웨덴 군함 바사호가 침몰 300여 년 만에 통째로 인양됐고, 지난해 임진왜란 당시 유물도 찾아낸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거북선 탐사에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등 민간기업도 지원에 나서는 등 절반 이상 성공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거북선 탐사는 21세기 이순신 연구회가 전담한다. 경남도는 거제 칠천도 일대에 거북선 전망대 3곳을 설치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이곳에 어초용 거북선 모형 3개를 제작하는 등 거북선 침몰지 관광자원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