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방재-대응 ‘3박자’ 비 피해 줄였다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상황실에서 예보관들이 기상 분석을 위해 종합관제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상청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상황실에서 예보관들이 기상 분석을 위해 종합관제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상청
올여름 강수량 유난히 많아
남부지방 역대 두번째 기록
사망자 수 日보다 훨씬 적어
“대도시 배수량은 더 늘려야”

7월 12일 경기 이천 304.0mm, 16일 경남 김해 222.0mm(이상 역대 최다), 7월 7일 부산 310.0mm, 경남 마산 268.0mm, 15일 전남 진도 206.0mm(이상 역대 2번째)….

올 6월 21일 시작된 이번 장마에서 쏟아진 하루 강수량 기록들이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559.4mm로 평년(1971∼2000년) 평균인 338.1mm보다 221.3mm 많았다. 특히 남부지방의 강수량은 614.7mm로 2006년(653.2mm)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가 온 것으로 집계됐다. 중부지방도 장마 기간 494.7mm의 비가 내려 2006년(785.4mm), 1987년(693.5mm), 1990년(643.9mm)에 이어 네 번째로 비가 많이 왔다.

○ 피해는 오히려 적어

소방방재청이 집계한 호우 피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12명으로 최근 10년간 평균인 24명의 절반 수준이다. 재산피해도 10년간 평균인 3866억 원보다 약 1000억 원이 적은 2837억 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달 9일 190.0mm의 물벼락이 쏟아졌음에도 인명피해가 단 1명도 없었다.

재해 예방 분야의 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본과 비교해도 올해 한국의 재난방지 대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7월 중 3일간 최다 322mm, 1시간 최대 강수량 80mm였던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은 17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지만 4일간 최다 833mm, 1시간에 최다 90mm의 비가 쏟아진 부산은 인명 피해가 2명에 불과했다.

○ 발 빠른 대응이 주효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많은 비에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기상청의 정확한 호우특보 전파, 소방방재청의 빠른 대응,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대비 등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 등 집중호우 때 운영하는 위기대응반 운영 방식을 개편했다. 작년까지는 각 지자체 등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 기상정보를 알려주고 상담해 주는 방식이었다면 올해는 먼저 지자체로 전화를 걸어 기상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한 것. 전화를 하는 위기대응반 인원은 예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위주로 구성해 자세한 기상정보 전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방방재청은 ‘과학방재시스템’을 활용했다. 전국의 지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와 누적 강수량 자료, 3시간 후 예측 강수량 정보 등을 종합해 위험지역을 3시간 앞당겨 예측하고 집중 관리했다. 또 전국적으로 480명의 마을 이장과 핫라인(직통전화)을 설치하고 현장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책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이 핫라인을 이용해 구조한 인명은 총 1269명이다.

지자체에서는 장기적으로 수해방지시설에 투자해 피해를 줄였다. 서울시는 2002년부터 수해방지항구대책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총 6796억 원을 투입해 빗물펌프장 19곳을 추가로 건설했다. 2007년부터는 4개년 계획을 다시 세워 2010년까지 하수관 용량을 늘리고 펌프장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4개년 계획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8018억 원이다. 경기도 역시 2000년 이후 2조5000억 원 이상을 수해예방사업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파주, 동두천, 연천 등 상습침수지역이 밀집한 경기 북부지역의 올해 피해는 인명피해 1명, 재산피해 약 90억 원에 그쳤다. 경기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 비가 오면 100여 명의 인명피해에 수백억 원 수준의 재산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아

기상 전문가들은 예년에 비해 비 피해가 줄었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기상 이변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우선 기상 관측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1646개의 우량계가 설치돼 있지만 모두 읍면동사무소에 있어 산간지역에 국지성 폭우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산사태 위험지역이나 야영객이 많은 계곡 등에 측정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 변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올해보다 더 많은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며 “이에 대비해 도시를 정비하거나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배수시설 용량을 설계하거나 하천 둑의 높이를 결정할 때 이상 기후로 인한 폭우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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