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 정책이 경제 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국제기구 진단이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발표한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중간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은 아시아 국가들의 변화를 불러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UNEP는 “한국은 녹색성장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 최초로 국가 성장 패러다임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환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체계적이고 잘 기획된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다른 어떤 나라보다 확산 속도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 추진을 위해 2013년까지 107조 원을 투자하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대해서도 UNEP는 높은 점수를 줬다. 107조 원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매년 GDP의 2%를 녹색성장에 쓴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UNEP는 세계 각국이 녹색기반시설을 세우고 탄소의존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돈을 매년 GDP의 1% 수준 이상으로 권고하는 만큼 갑절을 사용하는 한국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4일 정부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시나리오별로 21∼30% 줄이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한국이 감축 목표를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녹색뉴딜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기후변화로 유발될 물 부족현상과 가뭄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수준의 수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힘 슈타이너 UNEP 사무총장은 “녹색성장 정책이 향후 미래기술 분야 투자유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주는 등 한국에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최초의 ‘녹색 호랑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