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소득 179만원 이하 가구 중 선별, 가족수-지역따라 임차료 차등 지원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 ‘월세 쿠폰’ 내년 시범실시

공공임대 입주능력 없는 쪽방촌-고시원 거주자 보조… 전세가구는 대상에서 제외

정부가 저소득층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얻지 못한 142만 가구에 매달 8만∼10만 원의 월세 쿠폰(주택바우처)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들 가구는 2008년 현재 전국 무주택가구 292만 가구 중에서 공공임대주택 등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150만 가구에도 포함되지 않는 저소득 계층. 정부는 이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임차료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임차료를 직접 현물로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 주거지원 늘려도 공백지대 상존

그동안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돕기 위해 주택 공급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값싼 주택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는 게 먼저라는 정책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8년 말까지 건립된 공공임대주택은 134만1670채로 전체 주택 재고의 약 10%에 이른다. 정부는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150만 채를 추가로 지어 이 비율을 1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08년 현재 무주택 가구는 전체 가구의 18%인 292만 가구여서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쪽방과 고시원 등 최저 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곳에서 생활하는 저소득층은 공공임대주택의 임차료를 낼 능력조차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급하는 주거급여 등도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한정된 데다 부양가족 등 기준이 까다로워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가구가 많다. 기초생활수급자의 바로 위 소득층인 차상위계층 중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못 받는 사람도 180만 명에 이른다.

○ 저소득층이라도 전세가구는 제외

주택바우처는 특정 지역에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저소득층 세입자의 주거 선택권을 존중하고 이들의 임차료 지급능력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주거복지 정책의 꽃’으로 불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지만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제한이 따른다.

정부는 소득 2분위(2008년 말 현재 월 179만5000원) 이하로 주거비 부담은 크지만 생계급여, 주거급여, 기초노령연금, 근로장려세제 등 각종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를 선별해 주택 바우처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정부의 기존 주거복지대책에서조차 소외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전세가구는 임차기간이 끝나면 전세금을 돌려받는다는 점을 감안해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월세를 내는 가구는 보증금 유무와 관계없이 주택바우처를 지원받게 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2010년 3월에 최종 용역결과가 나오면 확실해질 것”이라며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 상의해 중복 지원을 받는 가구가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변액지원과 정액지원 병행

정부는 주택바우처 지원금액을 가구당 월 8만∼10만 원으로 하되 가족유형과 구성원 수, 소득, 지역에 따라 차등 지원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된 단독가구 중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에게는 월 10만 원의 가장 많은 바우처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수도권 거주자라도 소득수준이 다소 높은 부부자녀 가구는 9만 원 정도의 바우처를 받게 된다.

정부는 쪽방 등 비정상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정상적인 집을 마련할 때까지 3∼6개월 정도 정액을 지원해 자립을 돕기로 했다. 또 65세 이상으로 일을 하기 힘든 계층에게도 정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 대상인 임차인으로부터 바우처를 받은 집주인이 이를 현금으로 바꿀 기관으로 지방자치단체나 대한주택공사, 민관 협력기업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바우처를 도입하기 위해 현행 주택 관련법을 개정할지, 아니면 새로운 법을 제정할지 검토 중”이라며 “관련법에는 지원자 선정 기준과 절차, 쿠폰을 되팔 경우의 제재 방안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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