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입학사정관 선발 비현실적”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대입 상담 교사들 “진학 컨설팅 내건 사교육만 클 것”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열기는 가득 찬 경기 용인시 강남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마련한 대입 상담교사 직무연수 강의가 열린 자리였다. 대교협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전국 상담교사 160명을 대상으로 2010학년도 진학상담 직무연수를 실시했다.

30일 연수를 받고 있는 교사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밝힌 ‘임기 말 입학사정관제 100%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100% 입학사정관제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경기 D고 교사는 “대학뿐 아니라 고교 교육과정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한 느낌”이라며 “모든 학생이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가려면 학생 개인활동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교육과정도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구조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K고 교사도 “한국 학부모들이 ‘내 아이가 남의 집 아이보다 점수는 높지만 창의력 잠재력이 뒤져 대학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우리처럼 대학 간 서열화가 굳어진 사회에서는 ‘명문대 진학 컨설팅’이라는 미명 아래 사교육 업체만 각종 창의력 교육을 돕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초중학생 때부터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입시전문 컨설팅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아직 ‘한국형’ 입학사정관제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 하나만으로 학부모들 호주머니를 열고 있는 셈이다.

고교 서열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전문계고 교사는 “중3 때 고교 선택이 학생 일생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대입 지도는 결국 ‘생애 설계’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이런 안목을 갖춘 교사가 과연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점심식사를 마친 교사 30여 명에게 이들이 생각하는 입학사정관제 적정 선발 비율에 대해 물었다. “한 명도 뽑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모두 입학사정관제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비율은 20∼30%였다.

용인=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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