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그림으로 만난 색다른 불국사, 묵향속에 피어난 古都경주

  • 입력 2009년 6월 19일 06시 23분


박대성 화백 전시회 15만명 관람 화제

“실물이나 사진으로 보았던 불국사와는 느낌이 아주 달라요. 실제 불국사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불국사와 마주하는 듯합니다.”

경북 경주시의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엑스포문화센터에서 30일까지 열리는 한국화가 박대성 화백(64)의 전시회를 찾은 사람 중 상당수는 이렇게 말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주보이는 벽에 가로 10m, 세로 2.5m의 큰 그림과 마주쳐 독특한 느낌이 절로 든다. 4월부터 열린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은 지금까지 15만여 명. 이 공원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전시장을 둘러보는 셈이다.

이 불국사 그림은 그가 1994년에 1년 동안 불국사에 머물며 완성한 것이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의 불국사 수묵화에서 독특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눈 내린 날의 불국사, 달빛에 비친 불국사 같은 장면을 놓치지 않고 사계절에 녹여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 전시장에 걸려 있는 그의 경주 풍경 그림은 ‘고도 경주’를 묵향 속에 새롭게 보여준다. 토함산 석굴암 그림도 예사롭지 않다. 석불과 나한상을 실제 모양처럼 배열해 박 화백 특유의 담백한 수묵화로 벽을 채웠다. 그가 무척 아끼는 고려시대와 중국 한(漢)나라 때 벼루, 송나라의 화첩 등 80여 가지 소장품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는 이름처럼 대표적인 한국 화가로 ‘대성(大成)’했지만 학력이라고는 고향인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서 운문초교와 금천중을 졸업한 게 전부다. 그림을 가르쳐 준 스승도 없다. 그렇지만 그는 “어릴 때 동네 앞에 있던 산의 아름다움이 지금도 내 마음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그는 1994년 불국사 그림을 계기로 경주에 온 뒤 2004년에는 남산 자락에 집을 짓고 경주를 화폭에 담고 있다. 서양화가인 부인과 미술 공부를 하는 두 딸은 서울에 살고 있다.

그가 경주에 몰입하는 이유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불국사나 석굴암은 그저 신라의 유물이라고 봐서는 부자연스럽다”며 “자연과 어색하지 않기 때문에 불국사나 석굴암도 ‘자연’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계속 던져야 불국사 같은 경주의 문화유적도 자꾸 속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왜 석굴암은 토함산 꼭대기에 있는지, 왜 불국사의 전체 모양이 가로로 길게 배치됐는지 등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야 불국사나 석굴암에 감춰져 있는 ‘자연’이 조금씩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모교인 금천중고교에 가서 후배들을 만났다. 박 화백은 학생들에게 “집에서 학교로 오가는 길 주변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오래도록 잘 담아두면서 그 여백에 자신의 삶을 채워가라”고 당부했다. 이런 마음이 세상살이에 꼭 필요한 ‘공부’라는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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