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 20년, 세계인의 친구 되다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8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훈련센터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 강사가 한국인 해외봉사단원에게 인도네시아 전통 머리 모양을 만들어 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8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훈련센터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 강사가 한국인 해외봉사단원에게 인도네시아 전통 머리 모양을 만들어 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1990년 44명 파견서 출발… 작년 57개국 4131명 보내

모자가 함께 봉사 나서기도… “내가 곧 한국, 자부심 느껴요”

“지아파 디아.”(인도네시아어로 ‘그는 누구니’)

“이니 테만자야.”(내 친구야)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염곡동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훈련센터는 ‘작은 지구촌’을 방불케 했다. 몽골어에서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에 이르기까지 10개 언어의 수업이 동시에 펼쳐진 것. 7월 중순 파견을 앞둔 ‘월드 프렌즈 코리아’ 해외봉사단원 92명의 현지어 교육 현장이었다. 언어를 포함한 4주간의 합숙훈련 교육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의 강행군이지만 이들은 얼굴엔 피곤함 대신 자부심이 가득했다.

‘월드프렌즈 코리아’로 통합

‘월드프렌즈 코리아’는 한국 해외봉사단의 새로운 이름. 정부는 올해 KOICA,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가 별도로 운영하던 해외봉사단을 ‘월드프렌즈 코리아’라는 브랜드로 통합했다. 해외에서의 봉사활동을 제대로 홍보하고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다.

올해는 우리 해외봉사 역사에 있어 뜻 깊은 해. 1990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통해 한국의 이름으로 해외봉사단을 처음 파견한 지 20년째를 맞았기 때문. 1990년 네팔, 스리랑카 등 아시아 4개국에 44명을 파견했던 한국은 지난해 57개국에 4131명을 파견하는 해외봉사 강국이 됐다. 이 가운데 1991년 설립된 KOICA의 누적 파견인원은 5807명에 이른다.

해외봉사는 단순한 한국어, 태권도, 컴퓨터 봉사에 머물지 않는다. 미곡처리장 설치 및 도정기술 전수, 전산망 확충 지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코리아’의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다. KOICA 해외봉사단 훈련센터 최백경 소장은 “교과서를 제대로 보급 받지 못하던 라오스에는 최신형 인쇄기를 지원했다”면서 “그들은 감사의 표시로 라오스 중고교 교과서 뒷면에 태극기를 라오스 국기와 나란히 인쇄했다”고 말했다.

결혼도 미루고 두번째 봉사 나서

20대 중반부터 환갑을 넘긴 시니어 단원까지, 봉사단원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한국 해외봉사단의 도약은 가능했다.

모자 단원인 이경란 씨(60)와 김태훈 씨(31). 아들 김 씨가 대학 졸업 후 2002∼2004년 베트남에서 컴퓨터 분야 해외봉사단으로 먼저 활동을 했다. 아들의 활동을 본 어머니는 봉사단에 도전해 2006년부터 2년간 베트남에서 유치원 교사들에게 미술교육 봉사를 하고 돌아왔다.

신혜란 씨(36)는 7월 두 번째 해외봉사를 떠난다. 2000년도 베트남 국립하노이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데 이어 이번에 인도네시아로 출발한다. 신 씨는 “주변에서 결혼은 언제 하냐며 말리기도 했지만 이번엔 더 제대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국땅에서의 봉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들에겐 자부심 그 자체다. 2004∼2006년 스리랑카에서 한국어 교육봉사를 마치고 2007년 KOICA에 입사한 박금옥 씨(32)는 “종종 슬럼프에도 빠졌지만 그들에겐 ‘내가 한국 그 자체’라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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