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선택과목 ‘선택의 기술’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7분


‘순위’ 빨리 정하고,‘확정’은 6월 모의고사 이후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고배를 마시고 올해 재수의 길을 걷고 있는 장모 양(19). 그녀는 3월 초부터 서울의 한 학원에서 아랍어 수업을 듣고 있다. 아랍어야말로 투자(시간) 대비 효과(성적)가 높은 과목이라는 판단에서다.

왜 아랍어일까? 장 양은 “다른 제2외국어에 비해 아랍어는 수능에서 출제되는 문제의 난도가 평이한 데다 응시생 전체의 평균 성적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한 문제만 더 맞혀도 표준점수가 높아진다는 것. 장 양은 “아랍어 알파벳만 외워도 웬만한 문제는 풀 수 있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아랍어 공부를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표준점수 보다 백분위 점수 좋은 과목 선택하는게 유리

난도 기복심한 과목 금물

수시지원 생각한다면 진로 관련 과목 선택을



아랍어를 전략과목으로 삼고 매주 2시간씩 공부하고 있다는 장 양은 사회탐구영역 과목도 일찌감치 결정했다. 서울대 인문계열을 목표로 한 만큼 서울대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국사는 지난해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복습에 들어갔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탐구영역이기에 과목을 빨리 선택해 준비하면 유리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수능 전문가들은 “언제, 어떤 과목을, 몇 개나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학 지원의 폭이 달라지는 만큼 선택과목 결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성적과 흥미는 물론 과목별 응시생 수, 대학별 입시요강 같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선택과목을 지혜롭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

나에게 유리한 선택과목, 어떻게 고를까?

○ 선택은 빨리, 최종 결정은 6월 모의고사 직후에

선택과목은 일찍 결정할수록 유리하다. 수능 탐구영역에서도 기본개념과 원리를 완벽히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고 있어, 단순 암기를 벗어나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탐구 11개 과목, 과학탐구 8개 과목 중 수능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과목별로 문제의 난도 차가 매년 다른 데다가 대학별로 반영하는 선택과목의 수도 달라, 선택과목을 섣불리 결정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종서 청솔학원 입시컨설팅 이사는 “지금까지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과 목표 대학의 입시요강(필수 지정 선택과목이 있는지)을 고려해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일단 우선순위를 정한 뒤 최종 결정은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단, 모의고사의 난도는 매번 다르기 때문에 표준점수보다는 백분위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 이런 과목은 피해라!

아예 선택하지 않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한 과목도 있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응시생이 적은 과목(표 참조), 시험 난도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큰 과목(법과 사회, 국사/물리)은 과감히 배제하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이런 과목들은 한 문제만 실수해도 표준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도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선택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사는 서울대를 목표로 한 최상위권 인문계 학생이 필수로 선택하기 때문에 중하위권 학생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 이런 과목은 꼭 선택해라!

수시 지원을 염두에 둔 수험생이라면 한두 과목은 향후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다. 수능 대비를 하면서 논술, 면접까지 동시에 준비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기 때문이다.

중상위권은 고3 때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위주로 선택과목을 정해 내신성적 관리와 수능 대비를 동시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하위권은 인문계의 경우 응시생이 많은 한국지리나 학습할 내용이 비교적 적은 사회·문화를, 자연계의 경우 암기 위주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응시생이 적은 과목일수록 시험 난도에 따라 표준점수의 변동 폭이 크므로 아예 응시생이 많이 몰리는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라!

사회탐구는 과목의 성격에 따라 △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일반사회(정치, 경제, 사회·문화. 법과 사회)△역사(국사, 한국 근·현대사, 세계사) △윤리 등 4개 부문으로 나뉜다. 같은 영역에 속한 과목 중엔 중복되는 내용이 있으므로 상호 연관성이 높은 과목을 묶어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과학탐구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모두 I, II 과정끼리 연계 학습이 가능하므로 자신 있는 과목은 I, II를 모두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목표 대학 입시요강 확인 후 선택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선택할 땐 목표 대학의 입시요강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서울대처럼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 반드시 응시할 것을 명시한 학교가 있는 반면,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처럼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중 한 과목의 성적을 제2외국어·한문 영역 점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목표 대학의 입시요강을 확인할 땐 선택과목의 수도 살펴봐야 한다. 서울대, 성균관대(4과목 응시, 3과목 성적 제출), 포항공대, 사관학교 등 일부 대학은 선택과목 중 4개 과목을 반드시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선택과목 한 과목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입시요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도움말: 조헌섭 유웨이중앙교육 교육개발부 부장, 김명준 강남 대성학원 부원장, 메가스터디)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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