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책임자 92% 내부인사 발령… 그나마 2년도 못채우고 자리이동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담당직원들 대부분 전문성 모자라
전문자격증 직원 562곳중 11곳뿐

■ 감사연구원 ‘자체 감사기구 실태 보고서’ 분석해보니

《지난해 6월 한 광역지방자치단체 감사담당 부서는 직원 A 씨가 1억50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A 씨가 횡령한 돈을 모두 물어내겠다고 하자 자체 징계만 하고 수사기관에는 고발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최근 지자체의 잇따른 사회복지급여 횡령과 구청장까지 개입된 관악구청 인사비리 등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부실한 자체 감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본보 5월 4일자 3면 참조
‘제 머리 못깎는’ 공공기관 자체감사

동아일보가 8일 입수한 감사원 산하 감사연구원의 ‘자체감사기구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각 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에 있는 자체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562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사와 함께 설문조사를 통해 만든 이 보고서를 최근 김황식 감사원장에게 보고했다. 이달 말에는 자체감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연다.

○ 감사기구 위상·독립성 낮아

562개 기관 중 자체 감사전담기구(부서)가 있는 곳은 열 곳 중 세 곳(33.1%)에 그쳤다. 특히 횡령 사건이 많은 기초지자체에서 자체 감사부서가 있는 곳은 21.3%에 불과했다. 그나마 설치된 감사기구의 70%가 기관장 직속이 아닌 기획·조정, 경영지원 등 일반 부서에 소속돼 있었다. 감사 책임자의 직급도 지자체 중 서울시 등 5곳만 국장급이고 나머지는 국장보다 낮은 직급이었다. 중앙행정기관도 21개 기관의 감사관은 국장급이지만 62개 기관은 과장급이었다. 감사책임자의 위상이 낮은 만큼 감사 독립성이 보장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의 정부감사기준에는 감사 책임자는 기관장이나 부기관장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또 감사 책임자의 91.7%가 내부 인사발령을 통해 임명됐고 외부 전문가를 뽑을 수 있는 개방형이나 조직 내에서 지원자를 찾는 공모형 임용은 아주 드물었다. 감사 책임자가 개방형 직위인 곳은 국토해양부와 국세청 등 12개 부처였고 지자체 중에는 경기도가 유일했다.

또 조사대상 기관의 84.3%가 감사 책임자의 임면과 관련된 규정이 없어 신분이나 임기 보장이 안 되고 있었다. 감사계획 결정권자가 기관장이나 부기관장인 곳이 98.6%로 감사기구의 자율성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직원이 회계교육 이수한 기관 30% 불과

자체 감사 책임자의 평균 근무 기간은 1년 9개월로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담당 직원들이 감사 전문교육을 받은 기관은 전체의 60%였지만 감사원 산하 감사교육원에서 5일짜리 단기교육과정을 받은 게 대부분이었다. 감사담당 직원이 회계전문교육을 이수한 기관은 30%였고 평균 교육기간은 5.2일이었다. 64%의 기관에서 감사담당 직원이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감사 업무와는 상관없는 기술 관련 기사자격증이었다.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가진 감사담당 직원이 있는 곳은 교육과학기술부 등 6개 중앙 기관과 서울시 등 5개 자치단체에 그쳤다. 감사담당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기관은 46.7%였다.

○ 솜방망이 감사하고도 ‘쉬쉬’ 예사

감사 뒤 조치도 부실한 편이었다. 최근 3년 동안 전체 감사 조치 내용을 보면 경징계인 경고나 주의가 93.3%로 지나치게 온정적인 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이 같은 감사 결과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감사 결과를 내부에만 공개하는 기관은 전체의 39.3%였고 외부에도 밝히는 기관은 34.3%였다. 또 감사 결과를 무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다. 2006년 모 공단에서 직원끼리 폭행한 사건이 일어나 감사가 관련 직원의 징계를 건의했지만 이사장이 ‘경고’로 경감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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