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때 무슨 일이?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 조사착수 배경은 한상률 당시 청장 의중 반영 가능성 커

○ 한상률청장은 왜 現정권에 줄대기로 청장 연임 노린듯

○ 서울청 왜나섰나 세무조사결과 누설 막으려‘직보 체제’

국세청이 지난해 7월 태광실업에 대해 전격 착수한 특별세무조사는 매우 강도 높게 이뤄졌다는 게 국세청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태광실업(부산 소재)의 관할청인 부산청을 제쳐두고 국세청 내 최고 정예부서로 꼽히는 서울청 조사4국이 ‘지방청 간 교차 조사’를 명분으로 직접 나선 데서도 당시 국세청 수뇌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는 말 그대로 ‘정기세무조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거나 결정적 탈세 정보가 입수돼 긴급하게 조사에 착수할 필요가 있을 때 해당 지방청의 조사4국이 투입돼 기업이나 사주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혐의를 파헤친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데다 한 번 조사를 시작하면 기업이나 사주의 자금 흐름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켕기는 구석이 있는 기업은 특별세무조사를 맡는 지방청 조사4국을 ‘저승사자’처럼 두려워한다.

서울청 조사4국 조사3과에 속한 1반 조사인력 7, 8명은 지난해 7월부터 5, 6개월간 태광실업의 탈세 및 박연차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저인망식으로 샅샅이 살폈다. 당시 조사에서는 ‘영장’ 없이도 범죄단서가 될 만한 기초자료를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는 특별세무조사의 강점이 여실히 입증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사팀은 태광실업의 탈세와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확인한 것은 물론이고 박 회장의 금품로비 정황을 파악할 단서가 되는 다이어리까지 입수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마친 뒤 검찰에 넘긴 이 자료들은 검찰 수사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중요한 증거가 사라질 우려가 있지만 특별세무조사는 조사 대상자가 눈치를 채기 전에 많은 자료를 초기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광실업이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데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국세청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돼 국세청장 유임을 확신할 수 없었던 한 전 청장이 현 정권 핵심 인사들과의 관계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압박카드’로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직접 지시하고 챙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25일 경북 경주시에서 한나라당 의원 및 포항지역 기업인 등과 골프를 치고 대구에서 전·현직 포항지역 향우회장 등과 저녁식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청와대로부터 구두주의를 받기도 했다.

한 전 청장은 특별세무조사를 국세청 내 베테랑 조사통으로 꼽히는 유기복 서울청 조사4국 조사3과 1반장(현 동울산세무서장)에게 맡겼다. 세무조사 결과가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식 보고라인을 건너뛰어 신재국 당시 서울청 조사4국 조사3과장에게서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전 청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등의 조사를 받을 일도 없고 할 얘기도 없다”며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정권 핵심 인사와의 교감에 따라 특별세무조사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정확한 배경은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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