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미네르바 현상이 또 일어난다면

  • 입력 2009년 4월 21일 16시 43분


◆동아논평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미네르바 현상이 또 일어난다면'. 김순덕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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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모 씨(31)가 어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미네르바는 작년에 인터넷을 통해 정부 환율정책에 대해 허위사실을 퍼뜨려서 공익을 해쳤다는 혐의로 구속됐던 사람입니다.

재판부는 박 씨의 글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인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박 씨가 그 내용이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서 자신이 쓴 글이 옳다고 믿었고, 사회에 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기 때문에 무죄라는 얘기입니다.

1심 판결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엇갈립니다.

인터넷 포털 측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 판결'이라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우파 시민단체들은 "이 판결 때문에 인터넷에 거짓을 퍼뜨려도 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면서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단, 이번 판결이 최종 판결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검찰이 항소의 뜻을 밝혔고 따라서 상급심 결정을 지켜봐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터넷에 등장하는 수많은 '표현의 자유'와 반(反)사회적 행위의 한계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파 단체들이 예견한 대로, 앞으로 인터넷에 사실여부와 상관없는 숱한 글들이 더 많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촛불시위를 불러 일으켰던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걸려서 죽는다" 같은, 그런 글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지요.

"나는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될 테니까요.

또 어떤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더라도, 심지어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이 또 벌어지더라도, "공익을 해칠 목적은 없었다"고 하면 면책이 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게 됩니다.

섬뜩하지 않습니까.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지만 '쓰레기의 바다'일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가 "인터넷은 잘못된 정보의 오수 구덩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박 씨 역시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네티즌에게 "글을 쓰는 거든 뭐든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미네르바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미네르바 현상'까지 무죄는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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