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왜 자꾸 엄친아랑 비교하세요? 나는 나에요”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사춘기 자녀는 때론 대화가 통하질 않는 ‘벽’ 같다. 부모 말을 외면하기 일쑤고, 툭하면 대드는 데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며, 심지어는 방문을 걸어 잠근다. 타일러도 보고, 혼내도 보던 부모는 차츰 대화를 포기한다. 부부가 각각 두란노아버지학교와 두란노어머니학교를 이끌고 있는 김성묵 본부장(60), 한은경 본부장(59)은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사춘기 자녀의 말과 행동에는 “나를 좀 이해해주세요”라는 호소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을 장가보낸 이들 부부에게 사춘기 자녀와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들었다.》

사춘기 자녀의 ‘이유있는 반항’

‘벽’ 허물려면 열등감 자극 금물… 정체성 인정-어른 대접을

꾸지람보다 칭찬 자주 하고 하루 세번 이상 ‘포옹 스킨쉽’



○ 사춘기의 키워드, 열등감과 정체성을 이해하라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열등감’과 ‘정체성’이다. 비교를 당하거나(열등감 자극) 간섭을 받는 것(정체성 침해)을 가장 싫어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자녀는 남들과 외모나 성적을 비교하며 난생 처음 열등감을 느낀다. ‘엄친아’(혹은 ‘엄친딸’) 이야기는 가뜩이나 열등감이 많은 사춘기 자녀에겐 금물이다. ‘누구누구의 아들 혹은 딸’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정체성이 생겨나는 것도 이때. 자신을 어른으로 대우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간섭받는 것을 싫어한다.

사춘기 자녀와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네 형 반만큼만 해봐라” “엄마 친구 아들은 공부도 잘하던데”(이상 비교하는 말), “네가 그럴 줄 알았다” “넌 정말 어쩔 수 없구나”(이상 자녀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말), “아버지는 너 하나 믿고 사는데 넌 왜 이러니” “부모님이 뼈 빠지게 번 돈인 줄 알면 열심히 공부해라”(이상 과도한 부담을 주는 말), “너 같은 게 왜 태어나서…”(자녀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 같은 말은 피하는 게 좋다.

사춘기 자녀에게는 꾸지람보다 칭찬이 필요하다. 눈 씻고 찾아봐도 칭찬할 구석이 없다면 아버지·어머니학교에서 과제로 내주는 ‘자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표 참조)를 써보자. 적다 보면 아이들의 긍정적인 면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한 아버지는 “단점을 쓰긴 쉬워도 아이의 장점을 20가지나 찾아내려니 힘들더라. 곰곰이 생각하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생각해보았다”고 말했다. 이 아버지는 숙제를 자주 빠뜨리는 등 매사에 덜렁거리는 딸을 떠올리며 ‘소탈한 ○○이가 사랑스럽다’고 적었다. 김 본부장은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긍정적인 눈으로 아이를 보라”고 조언했다. 자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를 다 적고 나면 아이에게 읽어주도록 한다. 이때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아이도 많다.

○ 어머니-아버지의 서로 다른 대화법이 균형을

“어머니의 사랑은 암탉이 알을 품듯 부드러운 사랑이고, 아버지의 사랑은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 모험하고 도전하고 성취하게 하는 강한 사랑이죠. 부부간 역할이 바뀔 수도 있지만 이 두 역할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해요.”(김 본부장)

두란노아버지학교를 운영하는 김 본부장은 “자녀의 인성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의 뿌리는 대부분 아버지”라고 말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깨진 사람은 열등감과 분노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버지 요인(father fact)’에 의해 자녀의 성격이나 직업 같은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김 본부장은 “한국 아버지들은 아직까지도 돈만 벌어다 주고 자녀교육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 경영을 하듯 가정을 경영해보라”고 조언했다.

물론 아버지도 어려움은 있다. 자녀가 사춘기(思春期)를 겪을 무렵 40대가 되는 아버지는 이른바 사추기(思秋期)를 겪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직장동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조기퇴직이나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사춘기와 비슷한 불안감을 품는다.

이럴 때는 사춘기 자녀와 친구처럼 고민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야기를 해주고, 자녀를 회사에 데리고 가본다. 아이는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우리 가정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알게 되고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한다. 아버지도 아이 덕분에 힘이 난다.

사춘기 자녀와 일대일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다. 온 가족이 함께 외출하는 일은 있어도, 아버지와 자녀가 일대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야근으로 늦게 퇴근하고 아이는 학원 때문에 늦게 오지만,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보자. 아이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줬다는 것 자체를 기뻐한다.

일대일 데이트를 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아버지학교의 한 아버지는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함께 축구를 하고 아이에게 쓴 편지를 읽어줬다. 아버지와 축구를 한 것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도 처음이었던 아들은 그날 펑펑 울었다.

두란노어머니학교의 한 본부장은 어머니들에게 자녀를 하루에 세 번 이상 안아주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에이, 왜 이러세요” 하며 밀쳐내는 아이가 많다. 한 본부장은 “갑자기 달라진 어머니의 모습에 ‘진짜일까’ 하는 의심을 품는 것일 뿐이니 개의치 말고 끝까지 실천해보라”고 조언했다. 매일같이 자녀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웃어주고 세 번 이상 안아주면 자녀는 조금씩 변해간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신뢰가 쌓여가는 것이다.

우리 가정만의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도 사춘기 자녀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어렸을 때의 ‘엄마표 떡볶이’처럼 어머니가 직접 해준 음식을 먹은 아이는 어머니를 훨씬 가깝게 느낀다. 어른들이 명절만 되면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도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심리가 내면 깊숙이 깔려있다. 한 본부장은 말했다.

“어머니의 역할은 자녀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주는 것이에요. 아이가 언제든 돌아와도 따뜻하고 먹을 것이 풍성하도록 가정을 꾸리는 거죠. 엄마 노릇하는 시기도 그리 길지 않으니 조금만 참으세요.”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 두란노아버지학교·두란노어머니학교

5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국 단위 부모학교.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두란노아버지학교 www.fathernet.org 02-2182-9100. 두란노어머니학교 www.mother.or.kr 02-2182-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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