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KAIST 합격 임완섭씨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방황끝 얻은 깨달음 “수렁에서 날 구할 사람은 오로지 나뿐”

한성과학고를 졸업하고 2009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에서 카이스트(KAIST)에 합격한 임완섭 씨(19). 수첩을 빼곡히 메운 수업을 들으랴 과제물을 작성하랴 자동차 동아리 활동을 하랴 그에겐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영락없는 모범생 스타일. 하지만 임 씨는 “과학고 시절 놀기 좋아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만 하는 ‘불량 학생’이었다”고 고백한다. 전교 1, 2등에서 고교 입학 후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던 그는 어떻게 방황을 끝내고 오늘에 이른 것일까.

○ 수학 과학에 유독 뛰어난 공부 지존

임 씨는 어렸을 적부터 간단한 장난감은 물론 학교 미술시간에도 뭐든지 뚝딱 잘 만들어 손재주가 좋은 학생으로 통했다. 이런 재능을 눈여겨본 선생님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서울 성동교육청의 ‘발명교실’에 참가했다. 임 씨는 “전기회로처럼 발명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배우거나 로봇 등을 실제로 만드는 수업이 있는 날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학급회장도 도맡았다. 6학년 여름방학 무렵 중학교 과정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종합학원에 등록했다. 공부의 재미에 푹 빠져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에 충실한 결과 중학교 배치고사에서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중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다시 한 번 전교 1등을 하면 부모님이 휴대전화를 사주기로 약속하셨어요. 친한 친구들이 서로 다른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헤어지게 된 탓에 휴대전화를 꼭 갖고 싶었어요. 열심히 공부했죠.”

임 씨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수업시간에 수시로 질문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수업이 끝나는 대로 곧장 학원에 가서 관련 단원을 예·복습 했고, 4주 전부터 중간고사 준비를 시작했다. 시험 범위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차례 복습했고 학교에서 나눠 준 프린트물과 학원 교재까지 달달 외웠다. 결국 전교 1등을 했다.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의 기대감은 더 커졌고 공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 전교 5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했고 수학과 과학 공부에 특히 흥미를 느꼈다. 일찌감치 ‘수학의 정석’을 구입해 공부했다. 임 씨는 “풀리지 않는 문제와 씨름하며 해답을 얻었을 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했다. 3년 내내 교내 과학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교육청 영재교육원 과학영재반을 수료했다.

○ 방황은 내 영혼을 잠식했다

임 씨가 과학고 진학을 결심했을 때 주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였다. 실력을 점검하고 과학고 입시에 대비하기 위해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반납하면서 친구들과 한국물리올림피아드를 준비했다. 장려상을 받았다.

3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임 씨의 생활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 생각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학원수업도 자주 빠졌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학원수업이 마칠 즈음에 귀가했고, 학원 보충수업을 핑계 삼아 새벽까지 거리를 배회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 공부를 멀리하면서 성적이 뚝뚝 떨어졌다. 부모님과 충돌할 때마다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은 과학고 입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영재교육원 특별전형으로 한성과학고에 합격한 뒤에도 그의 방황은 멈추질 않았다. ‘과학고에서 중간만 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졌던 것. 꾀병을 부리며 수업에 소홀했고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이루어지는 자습시간에 남아 공부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밴드 동아리에 들어간 뒤에는 수업을 자주 빠지며 기타 연습에 몰두했고 연주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듣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는 관심 밖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신의 실력에 내심 기대를 하면서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예상보다 처참한 수준이었다. 전교 154명 중 147등.

“첫 중간고사 후에 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과학고 생활이 안 맞는다며 전학을 간 친구도 있었고, 낮은 성적으로 우울증을 겪는 친구도 있었어요. 저는 공부를 안 했으니 그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죠.”

학교 선생님들은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때론 엄하게 때론 자상하게 타일렀지만 모두 허사였다. 임 씨는 ‘문제아’를 자청하며 방탕한(?) 생활에 점점 더 익숙해졌다.

○ 이대로 낙오자가 될 순 없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 조기졸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임 씨는 비로소 입시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다. 수업시간에 충실했고 자습시간에 빠지지 않고 공부한 끝에 성적을 전교 99등까지 올렸다. 성적이 오르자 자신감을 되찾았고 그해에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했다. 여름방학과 2학기 초반에는 내신보다는 입시에 많은 신경을 썼지만 결국 대학진학에 실패했다.

“절친한 친구들이 모두 대학으로 떠나고 홀로 학교에 남았다는 사실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어차피 합격할 수 없었으니까 분발하라’는 친구들의 격려에 도리어 자존심이 상했어요. ‘이대로 낙오자가 될 순 없다’고 굳게 결심했죠.”

임 씨가 고등학교 1, 2학년 때 공부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다. 공부를 통해 실력을 늘리는 데 재미가 있었고 특히 물리공부가 그랬다. 대학 필수교재와 전공 책을 사서 물리학을 파고들었고, 수학이 중요함을 느끼고는 대학교재로 수학도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에 떨어진 뒤에는 하고 싶은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학, 생물, 영어 과목은 기초부터 새로 공부했다. 화학은 학교에선 다루지 않는 화학1 교재를 사서 기본 지식을 쌓았고, 생물은 자세한 설명이 담긴 책을 찾아 내용을 이해하려고 힘썼다. 영어는 워낙 기초가 약해 학원수강을 병행하며 단어와 문법을 익혔다.

임 씨는 학습량을 정한 뒤 이를 분배해 달력에 일일이 표시하고 최대한 계획대로 공부하려고 했다. 달력의 해당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당초 목표치에 도달한 만큼 동그라미 안을 채워 넣었다. 그날 공부한 내용 중에서 기억해야 할 사항도 함께 적었다. 해야 할 부분과 분량을 한눈에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무조건 계획대로 공부하기보다는 계속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며 공부한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동안 열심히 생활할 거예요. 입시 준비로 지친 탓에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소홀히 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전 이미 그런 생활을 해봤으니까요. 기계항공공학을 전공해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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