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그림 실기로 성적 뒤집기?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공부 싫어, 미대나 가야지’ 이런 애들 진짜 싫어요

그림 실기로 성적 뒤집기? 그건 거의 로또!

19일 오전 0시 10분. 졸음을 참으며 컴퓨터를 켰다. ‘미대 준비생의 애환’을 털어놓겠다는 그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공부로 대학 못 갈 것 같으니 미술이나 해야겠다는 말이 제일 싫다’는 그들과의 메신저 토크를 지상 중계한다.

봉 기자: 늦은 시간, 아니 이른 새벽;; 달려오신 여러분 감사해요. 자기소개 부탁.^^

소묘천재: 경기 분당 사는 고2 여.ㅋㅋ

디쟌: 서울 살고 고3이염. ㅠㅠ 저 땜에 늦었죠? 집에 오면 이 시간이에욤.

봉 기자: 소묘 님은 고2니까 좀 여유 있죠?

소묘천재: 월, 목, 금, 토 학교 끝나고 미술학원으로 고고싱(간다). (오후) 6시에 가면 10시에 끝나요. 틈틈이 영어 과외하고 언어학원 가요.

디쟌: 저도 비슷해요. 수업 끝나고 학교에서 저녁 먹고 10시까지 학원에서 미술 실기. 바로 독서실 가서 12시 반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 못 다한 공부하고 잠을 청한답니다. +¤+ 실기랑 공부 병행한다고 하루에 3, 4시간 자는 애들 있는데 좀 심하고요. 5시간 정도는 자줘야 다음날 지장이 없어요.^^;;

봉 기자: 미대 준비생의 고민을 털어놔 봐요.

소묘천재: 공부하기 싫다고 ‘미술이나 해야겠다’ 그런 애들 진짜 어이없어요.

디쟌: 말리고 싶죠.ㅎㅎ

소묘천재: 전 성적 쫌만 나왔으면 미술 안 했을 거예요. 성적도 인문계 애들만큼 나와야 하고 그림도 힘들고요. 3월부터 소묘(대입 실기 과목) 시작했는데 손이 느려서 진짜 힘들어욤. ㅠㅠ

디쟌: 음…. 상위권 미대 가려면 내신+수능+실기 모두 완벽해야 해요. 세 마리 토끼 다 잡는 게 사실 힘들죠. 일단, 성적 안 나오면 상위권 대학은 포기해야 해요.

봉 기자: 그림 잘 그리면 뒤집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디쟌: 아뇨. 그림으로 성적 뒤집는 건 거의 로또 맞는 수준이에요. 내신이나 모의고사 1, 2등급 나오는 애들이 미대 지망해요. 성적이 대학 레벨을 결정하고 실기가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거든요. 일단 성적 돼야 하고, 실기 안 되면 또 포기해야 하고요. 작년에 저희 학원에서 수능 평균 1, 2등급 나온 언니가 홍대 디자인학부 떨어졌어요.

소묘천재: 대학 문은 좁고 미대 입시생은 많다보니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ㅠㅠ;

봉 기자: 홍익대가 실기고사를 폐지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대한 반응은 어때요?

소묘천재: 거의 공황 상태예요.@@ 전 중학교 때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미술만 했는데 갑자기 확 바뀌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학원 샘(선생님)들은 ‘실기 폐지는 음대에서 악기 못 다루는 학생 뽑는 거나 마찬가지다. 바로 시행되진 않을 거다’ 이러면서 안심시키는데 선생님들 말을 믿어야 할지.

디쟌: 그림 그리는 기술보다 잠재력과 창의력 뛰어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라니 찬반 의견을 내놓기도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실기고사를 완전 폐지하는 건 너무 위험한 발상인 것 같아요. 입시 미술의 폐해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좀 더 나은 방안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이 많은데 일단 지켜봐야겠죠.

봉 기자: 으아∼. 정말 고민 많겠어요. 혹시 디쟌 님은 홍대 준비 중?

디쟌: 넵? 네엡;; 사실 말이 ‘홍대’지, 실제로 미술 하는 애들 중에 홍대에 원서조차 못 쓰는 학생이 태반이에요. ‘미대 하면 홍대’라는 일반인의 인식. 완전 부담∼.

소묘천재: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그림 그리다보면 언젠가 기쁜 날 오겠죠? 뼈 빠지게 돈 벌어서 학원비 대주시는 부모님께도 미안하고 입시 쪼끔만(조금만) 바뀌어도 귀 커다래져서 술렁이는 거, 정말×100 지쳐요. ㅠㅠ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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