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림초교 담임 實名制, 교사의 힘 보여주길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영림초등학교는 이번 학기에 학급 이름에 담임교사 실명(實名)을 붙이는 ‘담임실명제’를 도입했다. 1∼6학년 16개 학급에 ‘1학년 1반’ ‘2학년 2반’ 같은 전통적인 방식 대신 담임교사의 이름이 들어간 ‘이OO 선생님반’ 식으로 학급 이름을 정한 것이다. 이경희 교장은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붙이면 더 책임감 있게 노력하게 되고, 그 결과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담임실명제가 얼마나 큰 교육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담임의 중요성은 절대적인 만큼 교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르치게 되면 그만큼 수업에 열과 성의를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교육의 성패가 교사에게 달려 있는 만큼 이런 시도라도 해보려는 학교 측의 발상과 노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 광풍 속에서도 학교별로 공교육 개혁 실험이 진행되는 곳이 많다. 진학 기피 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만들어 입학 지원율을 130%까지 끌어올린 덕성여고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교사의 노력과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믿음이 학교를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한국계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의 교육 개혁도 결국 교육의 성과는 교사에게 달려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리 교육감은 “좋은 교사는 어떤 나쁜 환경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의 성적을 교사의 성패 기준으로 삼아 급여를 차등 지급하고 학생들의 성적이 기준 미달로 판정되면 책임을 물어 교사를 퇴출하는 공교육 개혁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공교육은 경쟁과 평가를 죄악시하고 평등을 중시하는 전교조의 훼방과 일부 교사의 무사안일 때문에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최근 공개된 학력평가 결과는 그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라도 교사의 기(氣)를 살리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책과 의식을 바꿔야 한다. 영림초교의 담임실명제가 공교육을 살릴 힘이 결국 교사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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