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철새’ 엄마가 아이 공부 망쳐요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교육열이 대한민국의 현재를 만든 힘이고 대한민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잘못된 교육열은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학원 현장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교선의 Education Story’를 연재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 대부분은 ‘혹시 우리 아이도 영재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다. 혹은 ‘엄마가 열심히 뒷바라지하면 영재로 만들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다.

엄마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영재로 키워 낼 수 있을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저마다 다른 것을 강조한다. A는 영어 문법부터 빨리 시작하라고 하고, B는 영어 회화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우리 아이 이렇게 명문대에 보냈어요’라는 잡지 기사를 봐도 하는 말이 제각각이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했을 뿐 자신은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고, 어떤 엄마는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직접 가르쳤다고 한다.

엄마들은 어느 말이 옳은지 혼란스럽다. 어떻게 공부시켜야 할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엄마들은 학원가를 누빈다. A학원에 아이를 등록시켰다가 다음 달이면 B학원으로 아이를 옮긴다. 이 학원에서 상담받으면 이 말이 옳은 것 같고, 저 학원에서 상담받으면 또 저 말이 옳은 것 같아서다.

학원 상담자들도 문제다. 이들은 당장 아이를 자기 학원에 등록시키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어머니들에게 겁을 준다. 어머니들은 쉽게 겁을 먹는다. 본인 스스로 아이에 대해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고 확실한 교육 철학도 없기 때문에 상담 선생의 말을 스펀지처럼 금방 흡수해 버린다.

아이 입장에서는 어떨까. 아이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른다. 공부는 일관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그 성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한 달이 멀다하고 학원이 바뀐다면 아이는 쌓은 것이 없으므로 쏟아낼 것도 없다.

어머니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초등학교 시절에 무조건 선행학습을 많이 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은 많은 양을 공부해둬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하는 시기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게 될 어려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몸과 마음과 머리를 단련시켜 놓아야 하는 시기다.

이렇게 하려면 적합한 학원에서 지속적으로 맞춤 교육을 받아야 한다. 좋다는 학원을 다 보내 보았지만 아이의 성적이 전혀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어머니라면, 아이에게서 문제를 찾지 말고 기준 없이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게 만든 본인의 잘못을 돌이켜 봐야 한다.

나는 대화 중 “우리 시누이 말이…”,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라고 말하는 학부모에게는 “그 옆집 아주머니가 지금까지 몇 명의 아이를 명문고에 보냈나요?”라고 묻는다. 많은 어머니가 본인의 노력으로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란 어떤 아이에게든 최상의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어머니들은 오직 본인의 자식에게만 그럴 수 있었다. 남의 자식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내 아이를 위한 최상의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은 엄마의 몫이다. 온갖 지혜를 동원해 그것을 찾자. 일단 찾으면 그것을 믿자. 아이가 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연마하고 그 결과를 쏟아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

중간 중간 점검을 해 과연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검증하자. 휘둘리지 말자. 남의 말을 듣되, 걸러서 듣는 지혜를 갖자. 무엇보다도 아이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이자. 모든 정답은 거기에 있다.

박교선 영재사관학원 입시총괄원장

※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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