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얼마나 많이 아느냐? 얼마나 깊이 아느냐!

  • 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9분


《불합격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한숨이 나왔다. 수시 모집 최종 낙방, 정시까지 최종에서 미끄러지다니…. ‘동생은 될 줄 알았는데’ ‘형은 붙을 거라 믿었는데’라고 생각했던 형제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열심히, 이토록 성실하게 공부했는데 왜 원하는 학교는 우릴 받아주지 않았을까?’ 더는 좌절하며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형제는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재수생활을 규칙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지, 한 번 더 도전했을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는지. 망설임 없이 yes’라고 대답한 이들은 작년 1월 서울대 재도전을 결심했다.》

형제는 독학했다… 나홀로 재수로 서울대 합격한 쌍둥이 수재 ‘質의 공부’

기출문제 등 개념이해 위주 하루 13시간씩 공부… 신문-관심분야 책 정독, 대학생처럼 직접 논문 써보며 논술 심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전교 1, 2등을 다투며 ‘쌍둥이 수재’로 불리던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재수 끝에 나란히 서울대에 합격했다. 2009학년도 수시 특기자 전형으로 자유전공 인문계열에 합격한 박권희(20) 씨와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경영대에 합격한 동생 박석희(20) 씨. ‘중고교 때 해왔던 대로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독학했다’는 형제의 재수생활을 공개한다.

○ 수시로 서울대 뚫기: 다독(多讀)+신문 스크랩+논문

재수를 시작하며 형제는 ‘귀중한 시간을 오로지 수능만 파면서 보내지 말고 대학 새내기가 된 것처럼 공부하자’고 다짐했다. 책과 신문을 읽고 관심 분야의 논문을 썼다. ‘나는 실패한 재수생’이라는 비참한 생각에서 벗어나 원하는 분야에 몰입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 수시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몰입’, 신영복 교수의 ‘강의’, 안재우, 안재연의 ‘쌍둥이형제, 하버드를 쏘다’, 홍정욱의 ‘7막 7장’을 비롯해 2주에 세 권씩 책을 읽었다. 문단별로 핵심을 찾고 의미를 적용시키는 방법으로 언어와 논술, 구술면접을 한번에 잡았다.

오전 9시 독서실에 ‘출근’하기 전까지 아침에는 신문을 읽고 관심 있는 1, 2개 기사를 오려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서울대 수시 마감일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두툼한 신문 스크랩북은 수시 전형의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형 권희 씨는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지구온난화의 거짓’이라는 제목의 원고지 50쪽 분량의 논문을 썼다. 온난화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과학, 환경적인 해석과 함께 정치,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그의 첫 논문이었다.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우주와 자연의 궁극적인 원리를 밝히려는 물리학 이론인 ‘초끈이론’을 철학적으로 해석한 논문도 썼다.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했던 동생 석희 씨는 인맥 기반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와 미국의 ‘마이 스페이스’의 마케팅에 관해 설문조사를 하고 쓴 논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특별히 낼 자료가 없어서 논문을 써보았다’고 말했지만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고 싶은 학문에 대한 관심과 깊이를 수시전형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

○ 정시로 서울대 뚫기: 개념이해+기출분석

“수능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어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재수를 시작하며 형제는 월, 주, 하루 단위 계획을 세웠다. 연간 계획에는 6, 9월 실시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와 토익, 텝스 시험 일정, 서울대 수시 등 굵직한 기준을 잡았다.

오전 9시부터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밤 12시까지 공부했다. 온전히 하루 13시간 공부에 집중했다. 정확히 한 달 후엔 계획했던 사회탐구 복습, 수Ⅰ 개념 복습, 어학시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4월 토익 시험에서 권희 씨가 980점, 동생 석희 씨는 985점을 받았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수능영어를 준비해 얻은 결과였다.

“각각 산 문제집을 바꿔 풀었어요. 언어와 사회탐구는 시중에 나온 문제집을 거의 다 풀었고 수리와 외국어는 고3때 다양한 문제를 접했기 때문에 기출문제에 집중했고요.”

재수 기간 교육방송(EBS) 기본 교재와 역대 수능 기출문제(1994∼2009년), 평가원 기출문제를 전부 다시 풀었다. 머리를 맞대고 심화 개념을 이해하고 기출문제를 분석했다. 한 문제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사회탐구에서 몇 년도 수능에 보기로 출제된 것이 3, 4년 후 수능에 답이었다는 사실까지 기억할 정도로 꼼꼼히 살폈다.

단, 사설학원의 모의고사는 보지 않았다. 수능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반면 학원 모의고사는 암기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능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 개념을 깊이 공부하는 것이 수능에 대처하는 형제의 방식이었다.

○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파. 형 vs 동생

형제만의 특별한 공부 스타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굳이 스타일이라고도 할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파”라는 정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 석희 씨가 이성적이라면 권희 씨는 감성적인 편. 석희 씨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수학에 탁월하고 권희 씨는 사회과목에 자신 있단다.

동생이 꼼꼼하고 섬세하다면 형은 집중력이 강하고 창의적이다. 석희 씨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꾸준히 1등을 해온 편이고 권희 씨는 집중력을 발휘한 시험에서 결과가 좋다.

형제 모두 중고교생 때까지는 ‘저녁형 인간’이었다.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그날 계획한 분량을 마무리하기 위해 늦게까지 공부하다 보니 중학교 때는 밤을 새울 때가 많았다. 재수를 시작하면서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됐다. ‘오전 10시∼11시 반: 언어모의고사 1회’ 등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아침에 계획한 분량을 마무리할 때까지 공부했다.

“재수를 통해 공부하는 법을 터득했고 실패를 경험하면서 생각도 깊어졌어요. 대학 입학 후에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슬픔만큼 기쁨도 두 배가 된 쌍둥이 형제의 말이다.

쌍둥이 형제의 알찬 재수 노하우

1. ‘비참한 재수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2. ‘오전 9시 출근, 밤 12시 퇴근’ 철저한 시간관리 필수.

3. ‘신문읽기→스크랩북 만들기’ 수시 공략할 무기를 만들라.

4. 남들 ‘싸이질’할 때 싸이월드로 논문. 관심 분야를 보여줘라.

5. 16년 치 기출문제 풀어 수능 빈틈을 막아라.

6. 수능 영어 공부로 토익 985점까지 한 방에.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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