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사람/계명대 수석졸업 주부 김경림 씨

  • 입력 2009년 2월 13일 06시 30분


“뒤늦게 시작한 배움에 혼 쏟았어요”

17일 열리는 계명대 졸업식의 수석졸업자가 40대 후반의 주부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문예창작과를 3년 만에 졸업하는 김경림(49·대구 남구 대명9동) 씨.

132학점을 딴 김 씨의 평균 평점은 4.5점 만점이다. 그는 1979년 대구제일여상(현 대구제일여자정보고)을 졸업한 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했지만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면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틈틈이 글을 쓰면서 삶을 가꾸던 그는 2005년 모 중앙지의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듬해 대학에 진학했다.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들, 딸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다가 입학한 만큼 벅찼지만 잠시도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딸과 함께 캠퍼스 생활을 한 2년은 무척 소중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이라도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에 방학 때는 계절학기로 학점을 땄으며, 3년 동안 결석이나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공부에 몰두했다.

관현악과 3학년인 딸 김휘영(24) 씨는 바이올린을 전공하며, 아들은 경북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딸 휘영 씨는 “집안일도 많은데 학교 공부까지 잘 마무리한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계속 공부를 하려는 엄마의 꿈이 이뤄지도록 응원하고 싶다”고 웃었다.

김 씨의 이름은 수석졸업자를 뜻하는 ‘비사 최우수 명예의 전당’에 새겨져 교내 중앙도서관에 보존된다.

개인적으로 네팔의 아동을 돕고 있는 그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해 작가의 꿈을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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