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

  • 입력 2009년 2월 3일 16시 24분


1973년부터 5년간 35명의 여성을 살해한 미국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는 한 팔에 붕대를 감은 채 무거운 책을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호의를 베푸는 여성들을 둔기로 때려 기절시켜 납치했다. 피해자들은 반듯한 외모를 가진 시애틀 대학 법대생 번디의 부탁을 대부분 들어줬다.

그들 중 다행히도 둔기에 맞기 직전 탈출해 살아남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번디의 부탁을 받아들여 책을 옮겨 주던 도중 그의 자동차 조수석이 제거된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두려움이 훅 끼쳤던 육감을 무시하지 않고 달아난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

최근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펴낸 책 '프로파일링'(대영문화사)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연쇄살인범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 특징들이 있는데 이를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새겨둘 만 하다.

● 다른 사람의 자동차에 절대 타지 마라.

일단 자동차에 탄 뒤 살아 돌아온 피해자들은 거의 없다. 연쇄 살인사건의 78%에서 범인들은 자동차를 직, 간접적으로 사용했다. 또 자동차를 이용한 연쇄살인범의 50%는 피해자를 차에 태운 뒤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의 자동차 안에 어린이가 타고 있어도, 어린이 장난감이 굴러 다녀도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아이를 태운 채 시체를 유기한 장소들을 점검한 연쇄살인범도 있다.

● 당신의 직관을 믿어라

연쇄살인의 피해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이 주는 교훈은 직관적인 통찰력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분 나쁜 느낌'이나 '여섯 번째 감각' 은 뇌가 인식하기도 전에 작동하는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테디 번디의 자동차에서 조수석이 없어진 것을 보고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어 도망친 여성처럼 말이다.

● 가짜 인격을 보여주는 경고를 알아채라.

연쇄살인범들은 평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만 잠재된 폭력성을 감추기 위한 이상 행동도 곧잘 한다. 여기에는 △"팔을 다쳤으니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 달라"며 약자인 체하는 행위 △"똑같은 옷을 입은 여동생이 있는데 남자친구한테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는 말하는 등 불필요한 관심과 연관성을 강조하는 행위 △"술 한 잔만 하고 집에 데려다 줄게요" 등 요청하지 않은 약속을 하는 행위 △"경찰이다. 안전하게 데려다 줄 테니 내 차에 타라"며 친절한 권위자로 행세하는 행위 △"우리는 행선지가 같네요" 등 협력을 제안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러한 행위들은 신속하게 친밀감을 형성하거나 피해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범인들은 당신의 대답을 무시하고 끈질기게 호의를 베풀려 하므로 무례함을 무릅쓰고라도 단호히 거절하라.

● 희생자가 되기 쉬운 범주에 속한다면 경각심을 높여라

연쇄살인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순간의 선택이 좌우할 수도 있다. 연쇄살인범이 피해자를 물색하는 순간 혼자 길을 걷는 대신 친구와 잡답을 했다면 죽음의 순간은 지나가 버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쇄살인의 피해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으며 여기에 속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FBI 조사에 따르면 여성, 미혼, 15~28세가 연쇄살인 피해 '고위험군'이다. 물론 임의로 이러한 범주를 피할 수는 없지만 유흥업 종사자, 편의점 직원, 웨이트리스 등 야간에 근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각별히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히치하이킹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면 역시 조심해야 한다. 연쇄살인범의 마수에 걸리게 될 통계적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 납치된 이후에는 저항하지 마라.

불운하게도 연쇄살인범이 무작위로 골라낸 피해자 후보에 속하게 됐다면 이제부터는 저항하지 말고 순응하라. 연쇄살인범들에 따르면 피해자가 저항을 하면 무력으로 대응하거나 폭력의 수준을 높였다고 한다. 연쇄살인범들은 저항에 직면했을 때 '공격수준을 높였다'(25%), '철저히 폭력적으로 대응했다'(25%)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저항을 하거나, 안 하거나에 상관없이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고통을 줄일 수 있고, 감금이나 속박을 당하지 않으면 도망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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