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ESSAY POWER!명문대 잇단 합격 홍진복 군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영어 배운 건 딱 석달, 하지만 영국유학 4년 만에 전국 최상위 1% 기염

《‘Late start could not stop Jin-Bok.’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한국 학생이 4년 만에 영국 중등학교 교육과정 국가고시(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에서 ‘10과목 A+, 2과목 A’ 성적을 올렸다는 기사가 영국 지역신문인 워킹엄 타임스 1면을 장식했다. 전국 최상위 1%에 해당하는 ‘outstanding(뛰어난)’ 성적이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올해 9월 영국 옥스퍼드대(생명공학 전공)에 입학 예정인 홍진복(19·사진) 군. 홍 군은 우리나라의 대입 시험과 같은 A-Level에서도 전 과목 만점을 받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런던 임페리얼컬리지 생명공학과, 브리스톨 의대에서도 합격 통지를 받았다. 홍 군이 세계 일류대의 ‘좁은문’을 뚫을 수 있었던 건 뛰어난 에세이 실력 덕분이었다. 》

밤새워 어휘와의 사투… 영어일기로 작문 또 작문… 배경지식 쌓으며 창의적 글쓰기 심화

‘Prime TOWN’ 기사목록

▶ ESSAY POWER! 명문대 잇단 합격 홍진복 군

▶ “특별한 아이”주목…이희주 양 어머니의 교육법

▶ 재능수학교실/그림그래프

▶ 주요 과목 성적 만회 공부 방법

▶ 특목고 진학의 길<2>과학영재학교별 전형

▶ 주니어대상 영어인증시험/초등생대상 영어인증시험

▶ 인터넷 명강사 직접 수업…족집게강의 머리에 쏙쏙

▶ ‘3가지’를 바로 하면 “내년엔 대학생”

▶ 수험생이 궁금해하는 입시문답

▶ 영어로 대학가기/고급 영문 독해를 위한 조언<2>

▶ 라식수술 합병증, 아직도 두려우십니까?

▶ 라식 등 시력교정수술 후 백내장이 생겼다면?

▶ 그녀의 ‘페이스오프’는 무죄!

▶ 혈액형은 못 바꿔도 혈액은 바꿀 수 있다!

▶ 기숙학원 탐방/광주정일학원

○ 독서로 어휘력 쌓고, 문법으로 뼈대 세우기

홍 군은 초등학교 6학년 1학기를 마치고 어머니, 누나와 함께 영국 버크셔 주로 떠났다. 영어공부라곤 연수를 떠나기 전 어학원에 3개월간 다닌 게 전부였던 홍 군은 3개월 동안 어머니가 다니는 대학 어학연수 프로그램의 청강생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홍 군의 어휘 수준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홍 군은 어휘력과 독해실력을 쌓기 위해 도서관에서 가장 얇은 책들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200자의 책을, 그 다음엔 400자, 500자, 1000자의 책으로 점차 수준을 높여나갔다. 새로운 어휘를 발견하면 사전을 바로 찾지 않고 문장을 서너 번 천천히 읽으며 문맥에서 단어의 뜻을 유추했다.

일상생활이나 작문 숙제에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이 나오면 연습장에 빼곡히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외웠다. 새로운 어휘나 표현은 왼쪽 가장자리에, 그 뜻과 의미는 오른쪽 가장자리에 적은 뒤 반으로 접어 외우고 확인하는 과정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했다.

매일 6시간씩 도서관에서 두세 권의 책을 천천히 읽으며 어휘력을 쌓고, 방과 후엔 20∼30대 같은 반 형, 누나들과 모여 문법을 공부했다. 책으로 배운 단어를 문법책에 나온 예시문장에 대입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면서 단어의 쓰임새를 익혔다.

○ 영어일기로 영작 걸음마 떼기

홍 군은 매일 일기 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작문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다보니 과제는커녕 간단한 쪽지시험도 통과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

처음엔 날짜만 덩그러니 써 놓고 일기장을 덮는 날도 있었다. 다음 날 원어민 강사에게 첨삭 지도를 받을 생각을 하니 자꾸 ‘멋있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 문장을 쓰고 지우기만 반복했다.

홍 군은 ‘하루일과를 그대로 이야기 한다’는 생각으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기 시작했다. 글의 ‘흐름’이 좋으면 문장에 오류가 있더라도 강사가 자신의 의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표현은 가급적 쓰지 않되 수업시간에 배운 단어와 표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홍 군은 “글을 쓸 땐 거창하게 쓰겠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며 “최대한 간결하게 자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써야 기본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글의 관점과 형식을 바꾸며 실력 다지기

3개월 만에 공립학교에 입학한 홍 군은 ‘논술 장벽’을 넘지 못해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턱없이 부족한 어휘력이 문제였다. 홍 군의 수업시간은 ‘단어와의 전쟁’ 그 자체였다. 다른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듣고, 이해한 뒤 배운 내용을 응용해 문제를 풀 때 홍 군은 교과서에 나온 단어의 뜻을 전자사전으로 찾느라 교사의 설명을 놓치기 일쑤였다.

더 큰 문제는 한 달에 한번 제출하는 ‘코스워크(Coursework)’였다. 우리나라의 수행평가에 해당하는 코스워크는 실험보고서에서부터 광고, 신문기사, 편지, 소설과 같이 다양한 형식과 관점의 글을 ‘창의적’으로 써서 제출하는 과제다.

“첫 과제가 소설 쓰기였어요. 살인을 주제로 잡았는데 ‘kill’이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아 고작 500자를 쓰는 데도 밤을 꼬박 새웠죠. 어휘력도 문제지만 창의성을 중요시 하는 영국에선 누가 얼마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써 내는가도 매우 중요했어요.”

홍 군은 어휘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 오전 2 시까지 교과서를 수십 번 정독하며 모든 단어의 뜻을 찾아 외웠다. 교과서 이해를 마친 뒤에는 스스로 편지, 일기, 신문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글을 쓰며 새로 배운 단어나 개념을 복습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지식의 ‘연결고리’를 찾는 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예를 들어 생물시간에 소화 효소에 대해 배웠다면 그 전날 배웠다면 단백질의 성질과 연결해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문장으로 만들어 보는 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교과서는 물론 관련 서적을 읽으며 지식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으면 빠른 시간 내에 풍부한 정보가 담긴 글을 쓸 수 있다.

홍 군은 배경지식을 쌓는 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현지 학생에 비해 영국 유럽의 역사, 위인이나 고전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턱없이 부족해 글감을 찾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

홍 군은 방학을 이용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도시나 작가의 생가를 직접 찾아가 느낀 점,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빠짐없이 기록해 두었다. 주말엔 박물관이나 인근의 유적지를 돌아보거나 도서관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관련 서적에서 찾아보며 자신만의 ‘논술 자료집’을 만들었다.

작년 8월 영국과학재단이 주최한 대회에서 ‘영국 해협의 박테리아의 다양성’이란 보고서로 금상을 수상한 홍 군은 “배경지식을 쌓으며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글로 꾸준히 표현하면 글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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