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로 영어수업? 재미있긴 한데…”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3분


14일 서울 종로구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영어수업 발표회’에서 광주 하남초등학교 안정혜 교사가 아이들에게 사탕 모형을 나눠 주며 여러 가지 색깔을 영어로 설명하는 장면을 그래픽으로 합성한 것. 전국 812개 팀이 응모한 영어수업 가운데 우수 사례로 이날 소개된 3개 팀은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수업 시범을 보였다. 사진=전영한 기자·그래픽=김수진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영어수업 발표회’에서 광주 하남초등학교 안정혜 교사가 아이들에게 사탕 모형을 나눠 주며 여러 가지 색깔을 영어로 설명하는 장면을 그래픽으로 합성한 것. 전국 812개 팀이 응모한 영어수업 가운데 우수 사례로 이날 소개된 3개 팀은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수업 시범을 보였다. 사진=전영한 기자·그래픽=김수진 기자
■ 초중등 우수사례 시범수업 현장

소품활용-영어토론 수업에 참관교사들 ‘갸웃’

“교과서 부실하고 원어민 교사 모자라 남 얘기”

“Should all English classes in high school be conducted only in English?(고등학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만 해야 할까요?)”

교사가 질문을 던지자 양편으로 나뉘어 마주앉은 남녀 고교생 8명이 곧 영어로 토론을 시작했다.

“요즘 대학에서는 영어 강의가 많으니까 고교 때부터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여학생의 의견에 반대편에 앉은 남학생이 “대학 입시는 문법과 읽기 위주다. 일단 대학에 붙어야 영어 강의도 들을 것 아니냐”라고 말하자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뒤편에 ‘Judge(심판)’ 자격으로 배석한 학생 7명은 학생들의 논리적 설득력 등을 평가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열린 ‘제3회 영어수업발표회’에서 중등 부문 우수 사례로 참가한 전남과학고의 홍성수 교사와 학생들은 이렇게 30분간 영어로만 수업을 했다. 홍 교사는 “지난해부터 영어로 영어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흥미를 느껴서인지 전국 학력평가 영어 성적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광주 하남초교와 대전 현암초교는 마술과 동화 구연, 동영상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영어로 묻고 답하는 시범 수업을 보여 줬다.

세 학교의 시범 수업을 보려고 전국에서 모인 교사 300여 명은 박수를 보내면서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교과서가 부실하고 원어민 교사도 부족한 현실 때문인지 이날 시범 수업은 선뜻 다가오지 않는 분위기였다.

충남 논산시 호암초교의 김리나 교사는 “교과서에 그림과 문장만 덜렁 실려 있어서 교사용 부교재나 CD가 없으면 아이들 스스로 공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어 공교육이 절실한 농어촌 지역에 원어민 교사가 부족한 것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충남 홍성 홍동초교의 문지혜 교사는 “전교생이 56명인 소규모 학교라서 원어민 교사가 여러 학교를 돌다가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온다”면서 “원어민 교사가 자주 바뀌고 어떤 학기에는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서 아이들이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중고교의 경우 입시를 위한 영어와 실용 영어 간의 괴리가 고민거리다.

전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팝송이나 영화로 실용영어를 가르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시험에 나오는 문법부터 가르쳐야 한다”며 “교과서와 시험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10년 전 방식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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