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부 꽃 피우려면 ‘3중벽’ 깨야”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 겉도는 대학기부 문화, 무엇이 문제인가

□1 열악한 세제지원 주식 기부땐 증여세 ‘세금폭탄’

□2 후진적 모금방식 법적근거 미비로 현금 주고받아

□3 왜곡된 사회인식 기부 후 가족 갈등-사생활 피해

《평생 행상으로 모은 1억여 원을 지난해 경기도의 한 대학에 기부한 80대 김모 할머니는 월세 15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쓸쓸히 설을 맞게 됐다. 대학 소식지를 통해 기부 사실을 알게 된 자녀들이 원망을 하다가 아예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우리 애들이 모두 대학을 마쳐서 이제는 더 힘든 학생들을 돕고 싶었다”며 “그런데 주위에서 나더러 노망이 났다고 한다”고 말했다. 》

치솟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대학 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정작 대학 기부를 가로 막는 걸림돌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기부 희망자와 돈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대학들이 적지 않다.

대학 기부 문화가 뿌리 내린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제 지원이 열악하다.

미국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기부를 하면 조정 총소득의 50%, 기부자가 1년 이상 보유한 유가증권을 기부하면 조정 총소득의 30%까지 소득공제가 된다. 부동산을 기부하면 소득공제는 물론 양도세도 비과세된다.

반면 우리는 기업이 주식(전체 주식의 5% 초과∼100% 미만을 기부하는 경우)을 기부하려면 증여세를 내야 하고, 부동산은 양도 자체를 가로 막는 조항이 있다.

6년 전 아주대에 210억 원을 기부했던 사업가가 최근 140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충청도에서 10억 원 상당의 땅을 지역 대학에 기부하려던 한 기업인은 세무 당국이 ‘양도소득세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며 가로막는 바람에 계획을 접었다.

기부금 모집 방식이 발달하지 못한 것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미국은 유언에 기부 계획을 남겨 사후에 ‘유증기부’를 하는 일이 빈번하고, 자신의 자산을 대학에 기부한 뒤에 수익금 일부를 정기적으로 받는 ‘수익형 기부’도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기부 제도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어 현금을 주고받거나 사후 기증 약정서를 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부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해 대학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기부금 모집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조사한 결과 ‘대학 기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1순위로 꼽혔다.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각종 단체에서 손을 벌리는 바람에 기부자가 사생활에 큰 피해를 보는 일이 많은 것도 인식 부족 때문이다.

이상도 사학진흥재단 정책연구팀장은 “미국은 대학이 기부 걸림돌을 연구해서 정부에 보고하면 곧바로 고쳐지는 등 사회 전체에 열린 기부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우리도 대학 기부에 대한 인식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자라나는 세대에 베풀어야 그들도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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