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농식품부도 1급 일괄사표…인사태풍 휩싸인 관가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9분


농림수산식품부 1급 간부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고위공무원단 인적 쇄신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1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농식품부 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농림수산식품부 1급 간부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고위공무원단 인적 쇄신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1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농식품부 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외교부 “왜 우리가 희생양 돼야하나”

총리실 “차라리 재평가 빨리 했으면”

“일이 손에 안잡혀”농식품부 사표에 과천청사 당혹

“우린 대상 아니다”일부부처 안도속 사태 예의주시

“일손이 안 잡힌다.”

1급 공무원들이 줄사표를 내면서 관가가 거센 인사 태풍에 휩싸이고 있다.

국무총리실 고위 공무원들은 1급 간부가 19일 오후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고 총리실이 이번 인사를 주도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뒤숭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무총리실의 한 간부는 “정권이 바뀌면 1급 상당 공무원은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용퇴하는 게 관례였는데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다른 간부는 “이런 식으로 아슬아슬하게 갈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일찍 사표를 제출하고 재평가를 받는 것이 업무를 추진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한 부처 중 처음으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괄 사표가 제출되자 정부과천청사 고위 공무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일부 부처에 국한된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주요 부처 간부들은 관련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간부는 “언론을 통해서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있을 뿐”이라며 “재정부는 아직 움직임이 없다고 하지만 전 부처가 그런 분위기라면 결국 따라가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18일 직원들이 마련한 불우이웃돕기 행사에서 “재정부 간부들도 긴장해야 하는 것인가. 안심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기자들이 묻자 “그거야 모르는 일”이라며 묘한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이 같은 장관의 답변에 “과천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긴장했다.

10명에게 사표 권고를 하기로 한 외교부는 하루 종일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물갈이’가 이유라면 노무현 정부 때 승승장구한 인사들이 대상자가 돼야 하는데, 이미 승진해 재외공관장으로 진출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표 권고 대상에서 재외공관장은 제외됐다.

한 대사급 인사는 “지난 정권에서 속칭 ‘단물’을 다 빼먹은 사람들은 한 단계씩 승진해서 재외공관장으로 다 나갔다”며 “인사 운동 못해 보직 못 받은 사람들이 왜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국장급 간부는 “20여 개 보직은 정년이 62세까지 보장돼 있다”며 “60세를 기준으로 정년이 1∼2년 남았다고 판단해 정년을 권고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1급 4명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뜻밖’이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들 인사가 모두 현 정부 들어 승진 임명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완대책, 농협 개혁, 쌀 소득보전 직불금 국정조사 등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1급 일괄 사표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부처에서는 장관의 의지와 최근 인사가 이뤄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인사 대상자가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1급 3명 모두 올 초에 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 운영체제를 새로 짰기 때문에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이 사정을 설명하고 사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전재희 장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도 “부처 사정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부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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