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수 인재 키워 써요” 학원 강사 업그레이드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대형학원들 중심으로 맞춤인재 직접 육성 바람

강사 인큐베이팅으로 수준 높이고 이직률 낮춰

대형 학원들이 강사로 활동할 ‘맞춤형 인재’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강의실력 테스트와 최종 면접만으로 강사를 채용하던 기존 틀을 깨고 자체 교육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사 인큐베이팅’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입학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구인구직 전문사이트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한두 명씩 채용하는 방식으론 검증된 강사를 얻기 힘든 채용환경에서 비롯된다. 연예인 인기 뺨치는 스타 강사를 ‘모셔오면’ 좋겠지만 스카우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조건에 따라 이 학원 저 학원 옮겨 다니는 ‘철새 강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에 학원 스스로 ‘강사 양성소’를 만들어 젊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키로 한 것. 강사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학원들은 △학생들의 수준을 재빨리 간파하고 수준에 맞는 강의를 하는 방법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판서 글씨체 쓰는 법과 같은 디테일한 강의기술을 전수해 줌은 물론, 학원의 조직문화와 교육이념 등 ‘학원의 DNA’까지 심어줌으로써 일개 강사가 아니라 ‘가족’이란 소속감을 예비 강사들에게 심어준다.

대입전문 청솔학원은 26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매주 화요일 ‘강사 아카데미’를 운영할 예정. 4년제 대졸자 중 대입재수종합학원 강의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강사 아카데미는 △재학생과 재수생에게 각각 효과적인 강의 접근법 △모의고사 문제별 오답률을 향후 강의에 반영하는 노하우 △학생들에게 어필하는 복장과 행동과 어법 등에 관한 교육이 이뤄지게 된다.

교육 마지막 날엔 참가자 전원이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다. 교육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카메라 앞에서 실전처럼 강의를 진행하는 것.

청솔학원 조광연 학원사업본부장은 “각 분원 원장들이 녹화된 강의를 분석해 수업의 기승전결 등 흐름, 유머 구사, 판서법, 시선 처리까지 꼼꼼히 평가한다”면서 “성적우수자는 강사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사 교육은 학원의 명성을 유지하고 각종 위험요소를 사전에 줄이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강사가 문제를 풀다 틀린다거나 학생의 돌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경우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학부모의 빗발치는 항의전화와 학원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발론교육은 2006년 10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영어교육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강사들을 뽑아놔도 정작 현장 경험이 없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강사가 적지 않았던 것. 이에 아발론교육은 이론과 실무능력을 1 대 3의 비율로 교육하는 총 60시간짜리 양성프로그램을 만들어 영어실력과 강의능력이 모두 뛰어난 전문 강사인력을 생산했다. 이 과정 이수자 중 45명이 현재 아발론교육에서 근무 중이다.

강사 인큐베이팅을 통해 양성된 강사들은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뿐더러, 학원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이 커 이직률도 낮아 학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전한다.

교육포털 엘림에듀는 현재 6개월 과정의 ‘강사연수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는 효과적인 강의 노하우에서부터 학생들과 눈을 맞추는 방법, 학생 및 성적 관리법, 학부모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상담기술까지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현재 강사연수 아카데미를 40여 개 직영학원 신입 강사들과 학원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취업준비생에 대상을 국한하고 있는 엘림에듀는 내년부터는 외부 희망자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강사연수 아카데미에 참여한 대학생 참가자들은 교육과정을 마친 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강사로 채용된다고 엘림에듀 측은 밝혔다.

하지만 강사 인큐베이팅에도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 쌓인 다양한 강의 노하우를 강의 교재로 ‘메뉴얼화’하는 작업이 녹록지 않을뿐더러, 뛰어난 강사를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엘림에듀 학원사업본부 김용태 본부장은 “강사 교육 프로그램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 따라할 모범사례나 기준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