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노점 합법화 ‘기대半 걱정半’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7분


이달 말부터 합법적으로 노점영업을 할 수 있게 된 최기종 씨가 자신이 ‘경영’하게 될 가판대를 둘러보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이달 말부터 합법적으로 노점영업을 할 수 있게 된 최기종 씨가 자신이 ‘경영’하게 될 가판대를 둘러보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단속 걱정없이 맘 편히 장사 기뻐”

“고가 가판대-주변 상인 반발 고민”

오른손 손가락 4개와 왼손 중지가 없는 최기종(64·경기 고양시) 씨는 요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5년 전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떡볶이 노점을 꾸려오면서 단속의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지만 고양시의 합법화 조치에 따라 이달 말부터는 당당하게 장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벌금도 내야 했는데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다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불안하긴 했지만 단속이 상시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내와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2년 전부터 고양시가 상시적인 단속 체제로 돌입하면서 그는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력한 단속 때문에 아예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자 최 씨는 다른 노점상들과 함께 연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양시의 단속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

“단속 때문에 장사를 못하고, 데모하러 나가느라 장사 또 못해서 2년 동안은 간신히 연명하고 살았죠. 시는 단속을 계속하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는 “빈털터리 신세를 한탄만 해왔는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점 때문에 합법 노점상에 선정돼 기쁘다”며 웃었다.

올해 4월 고양시는 부동산과 자동차 보유 여부 등 재산상태를 고려해 일부 역세권에 한해 노점을 합법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고양시노점상연합회 등이 반발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신청자가 계속 늘어났고 연합회는 지난달 해체됐다.

최 씨처럼 소유 재산이 거의 없는 고령자들이 우선적으로 합법 노점상이 됐다.

전철역 부근과 대형 상가 부근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160여 명이 허가를 받았다. 노점을 매매할 수 없고 연간 50만 원 안팎의 도로 점용료를 내는 조건이지만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비용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달 말 영업개시를 앞두고 최 씨를 비롯한 합법 노점상 대부분은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거리에 세울 노점 가판대를 노점상들이 개별 구입해야 하는데 개당 가격이 500만 원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노점상이 들어설 지역의 점포 소유 상인들이 고양시를 향해 “합법적인 노점상은 존재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점도 최 씨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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