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피맛길, 전통 - 현대 아우른다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이에 서울시는 ‘피맛길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피맛길을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피맛길

서울시와 종로구는 올해 각계 전문가와 교수들을 초빙해 ‘피맛길 보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렸다. 전문가들의 토론이 계속되면서 서서히 피맛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일단 전기 설비 등이 밖으로 지저분하게 나와 있어 걷기 힘든 구간도 있었던 피맛길의 저층부를 폭 5m 정도로 유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상층부는 자유롭게 구성하되 회랑을 조성해 열린 느낌을 주자는 의견이다.

피맛길을 과거가 살아있는 길로 만들기 위해 정비작업을 하면서 발굴되는 지하 유적은 피맛길에 설치하기로 했다.

유럽 스타일로 유적을 바닥 면에 전시해 보행과 동시에 관람이 가능한 거리의 역사박물관을 만들거나 기둥형으로 유구를 전시해 역사성을 살리는 것. 실제로 청진6지구 개발 당시 피맛길에서는 집터와 조선시대 자기 조각이 발굴됐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피맛길의 특수성을 고려해 서민들이 애용할 수 있는 업종(음식점 선술집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도 자문위원들은 모두 공감했다. 구체적 실천 방안을 두고 막바지 논의 중이다.

○전통의 맛 집들은 역사 속으로

지금 청진구역에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1지구, 2∼3지구, 5지구, 12∼16지구 등 총 9곳이다.

특히 교보빌딩 뒤편의 2∼3지구에서 지하 7층, 지상 24층의 건물이, 12∼16지구에서는 지하 7층, 지상 24층의 쌍둥이 빌딩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두 건물 모두 주민 공람을 마치고 지금 구의회 의견을 청취 중이다.

정비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피맛길 주변 맛 집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청진동 해장국의 대명사 격인 청진옥은 7월까지만 청진동 길에서 영업을 하고 다음 달 1일 청진동 르메이에르로 이전한다. 역대 대통령의 단골 음식점으로 7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한일관, 59년 전통의 중국집 신승관 등은 벌써 문을 닫았다.

청진옥과 함께 해장국 골목을 대표하던 청일옥과 흥진옥은 아직 영업을 하고 있지만 재개발이 시작되면 어디로 갈지는 미정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