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오세훈-레노 佛ENSAD총장 ‘디자인서울’을 논하다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10일 서울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디자인과 도시발전을 주제로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 레노 총장과 대담하고 있다. 이 학교는 서울의 디자인에 대한 강의를 3월 정규과목으로 만들었다. 김경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10일 서울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디자인과 도시발전을 주제로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 레노 총장과 대담하고 있다. 이 학교는 서울의 디자인에 대한 강의를 3월 정규과목으로 만들었다. 김경제 기자
오 “아파트에 묻힌 한강 시민공간 늘릴 것”

레노 “파리 도시계획때 민관 함께 기준 마련”

사회=최영훈 사회부장

프랑스 파리의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ENSAD)는 ‘세계디자인수도(WDC) 서울’이라는 강좌를 3월 정규 과목으로 개설했다.

▶본보 7월 1일자 A15면 참조

[수도권]“서울에 파리의 디자인을 입힌다면…”

이 학교는 루이 15세 시대인 1767년 설립됐다. 응용 및 장식 미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ENSAD가 서울의 디자인을 자발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서울의 디자인 행정이 세계적으로 조명 받는다는 의미”라며 반겼다.

ENSAD의 파트리크 레노 총장 일행은 9일 학생들의 첫 학기 연구 성과물을 갖고 서울을 방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레노 총장은 10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상호 교류 및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사람은 최영훈 본보 사회부장의 사회로 서울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영훈 부장=오 시장이 취임 후 디자인 시정에 주력하고 있다.

▽레노 총장=젊고 열정적인 시장이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다. 요즘은 디자인에 기술을 접속시키는 추세다. 기술력이 뛰어난 서울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더없이 매력적인 도시다.

▽최=파리의 디자인은 어느 도시나 본받으려 할 만큼 모범적이다.

▽오 시장=파리는 전통과 역사가 배어나오는 디자인 선진 도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브르 박물관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유리 피라미드, 창의력을 끊임없이 북돋우는 퐁피두센터, 현대적 활력이 넘치는 라 데팡스 등 현대 디자인의 개념을 잘 접목시켰다.

▽레노=서울은 나름대로 굉장히 매력 있고 멋있다. 한마디 조언하자면 서울의 산업 유산을 잘 보존했으면 한다. 많은 나라가 문화유산은 보존하고, 공장과 같은 산업 유산은 파괴하고 바꿔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부터 산업 유산을 잘 간직해 도시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디자인은 장식만 뜻하는 게 아니다.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도구로서의 디자인도 생각해야 한다.

▽최=서울의 중심에는 한강이, 파리에는 센 강이 흐른다. 디자인적으로 볼 때 두 도시의 이미지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오=결정적인 차이는 강변의 사유화 여부다. 센 강변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건물이 들어선다 해도 공공건물이다. 한강변은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 한강의 한계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는 이에 대한 해답도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한강변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할 때는 아파트를 허물고 강 가까운 부분은 모두 공공 공간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예로 용산 국제업무지구 계획을 들 수 있다. 또 재개발이나 재건축 시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층수를 높이되 공간 폭을 넓혀 시각과 바람 통로를 만들 것이다. 최소 20년은 지속돼야 하는 프로젝트다.

▽레노=파리는 도시 계획을 세울 때 철저하게 시민과 행정기관이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밟는다. 건물 높이와 형태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일정한 기준을 마련했다. 수백 년 동안 그런 기준을 잘 지켜 센 강변과 파리를 조화로운 모습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최=서울은 매년 풍부한 디자인 인력을 배출하지만 디자인 경쟁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데….

▽오=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다. 디자인 교육은 어릴 적부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올해부터 디자인 시범학교와 정책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 당국과 협의해 2010년부터 중고교에서 디자인을 선택과목으로 만들 방침이다. 앞으로는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발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레노=오늘 MOU를 통해 서울시와 ENSAD가 협력할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교수 간 교류, 상호 전시회가 가능하다. ENSAD의 장점 중 하나는 외국인 학생을 많이 받아들여 학생 간에 여러 문화를 접하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생은 파리나 뉴욕 등 디자인 선진 도시를 두루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는 게 좋다. 백남준처럼 훌륭한 아티스트를 배출한 한국이니만큼 디자인 쪽에서도 훌륭한 인재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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