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일大 이남교 총장, 재학생에 ‘취임편지’ 뭉클

  • 입력 2008년 6월 25일 05시 45분


‘편지 쓰는 총장님’

“저도 그런 대학시절이 있었습니다만 그땐 중요하다는 것만 알았지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여러분도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이달 초 부임한 경일대(경북 경산시) 이남교(61·사진) 총장은 24일 재학생 5000여 명에게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각각 집으로 보냈다.

당장 필요한 업무를 챙기느라 취임식은 기약 없이 미룬 데다 학생들은 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직원들이 퇴근한 뒤 총장실에서 A4용지 두 쪽에 빼곡히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 대학의 책임자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대학생은 인생에서 무척 아름다운 시절이지만 동시에 갈림길에 서는 위기의 시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성공한 이들은 누구라도 피나는 노력과 인내, 남몰래 흘린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썼다.

이어 그는 “대학생은 엄청 바빠야 한다”며 몇 가지를 당부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일상적인 예의를 익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과 전공 교수와 밤낮 뒹구는 자세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루 2시간씩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동서양의 고전(古典)과 양서 50권을 읽고 또 읽으라고 말했다.

공부시간도 지금보다 3배 이상 늘리자고 제의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평범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열어 줄 가장 정직한 나침반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주에 학부모 앞으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교육대를 졸업한 그는 초등교사를 하면서 일본어를 익혔다. 교육과학기술부에 근무하던 1978년 일본에 파견되면서 18년 동안 삶을 풍성하게 살찌웠다.

16권의 저술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널리 알렸다. 일본 아사히신문에도 두 나라의 문화적 뿌리를 보여주는 글을 1년 동안 연재했다.

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의 영사로 근무할 때는 개인적으로 받은 사례금으로 장학재단 2개를 만들어 교포 자녀와 유학생을 뒷바라지했다. 지금 이 장학재단은 기금의 규모가 수백억 원으로 불었다.

경산시 진량공단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학부모 박철홍(54·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이 총장의 편지를 받고 “학부모의 마음보다 더 깊이 학생을 생각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 새 총장을 중심으로 학교에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일대는 최근 중소기업청과 노동부로부터 산학협력과 직업교육 유망대학으로 선정돼 국비 64억 원을 받을 예정이다. 졸업생 5만여 명 가운데 중소기업 경영자가 전국에 3500여 명이나 된다.

이 총장은 “‘그 사람 참 기본이 됐다’는 평가는 성공적인 삶을 위해 중요한 자산”이라며 “취업이든 창업이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키우는 대학을 가꾸고 싶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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