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소통’ 안되는 암각화 보존 방안

  • 입력 2008년 6월 25일 05시 45분


문화재청 “사연댐 수위 낮춰야” vs 울산시 “우회로로 물길 변경”

문화재청이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방안으로 제시한 ‘터널형 수로식 유로(流路) 변경’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암각화 보존 방안이 또다시 표류 위기를 맞았다.

반구대 암각화는 동국대 조사단이 발견(1971년)하기 6년 전인 1965년 식수와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7∼8개월 이상 물에 잠겨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울산시가 최근 제시한 방안은 반구대 암각화 위와 아래 각각 210∼230m 지점에 높이 22m, 길이 170m의 둑을 쌓아 암각화로 흘러드는 물길을 막은 뒤 옆의 야산에 원형 수로 터널(길이 200m, 지름 10m) 2개를 내 물을 우회시키는 안이다.

시는 이 방안이 채택되면 주변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암각화를 보존하고 사연댐 수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비는 515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암각화와 주변 환경 보존을 위해서는 암각화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울산시의 제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울산시는 현재 울산시민에게 공급되는 생활용수(하루 평균 32만 m³) 가운데 50% 이상인 17만여 m³를 사연댐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쪽이다.

이에 앞서 서울대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소(연구책임자 김수진 교수)는 2003년 7월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사연댐 수위 조절 △야산 절개를 통한 수로 변경 △암각화 앞 차수벽 설치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수위조절은 수원 확보에 문제가 있고 수로 변경과 차수벽 설치는 자연경관 훼손이라는 지적이 많아 지금까지 논란만 반복돼 왔다.

이와 관련해 울산과학대 이수식 교수는 “암각화 보존과 청정수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사연댐 수위 조절보다는 물길 변경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