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지혜로운 어머니의 자녀교육<2>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수학 잘하니까 자연계?

성적 잘 나오는 과목 보고 적성 속단 금물

무엇을 진짜 좋아하고 몰입하는가를 살펴라

○아이의 적성을 속단하지 말라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에 따라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필자가 상담한 대부분의 학부모도 “우리 아이는 수학을 잘하는 것으로 보아 자연계인 것 같아요” “영어나 국어 점수가 수학, 과학 점수보다 항상 잘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인문계인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이는 국내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의 진로, 직업 적성을 충분히 검증해 줄 만한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등학생조차도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중생의 적성을 부모가 속단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수학을 잘하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학습을 통해 가능하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경시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다고 해서 아이의 적성도 ‘그쪽’이라고 생각하는 건 분명 문제다. 입상은 성실하고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있는 아이를 일정하게 연습시키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적성에 맞고 안 맞고는 반드시 그 과목을 잘하고 못 하고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적성이란 아이의 소질과 인성에 어울리는 분야를 말한다. 소질도 있고 또 성향으로도 그것을 좋아해야 적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아이들의 경우 성향으론 특정 과목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성적은 잘 안 나오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과학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으면서도 시험은 잘 못 보기도 한다. 과도한 호기심이 특정한 답 하나를 골라내는 작업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부모의 요구에 의해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시험 성적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 그것이 언제나 즐거운 과정일까? 단지 부모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사실만이 아이를 즐겁게 하는 유일한 이유일 수도 있다.

아이들의 관심사는 새롭게 바뀔 수 있다. 어제는 이것을 좋아했지만 오늘은 다른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외적인 결과물만을 가지고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아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몰입하는가를 관찰하고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성향이 무엇인지 꾸준히 살펴보아야 한다.

부모는 다양한 진로나 직업에 대한 얘기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아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좋다. 아이들의 적성을 빨리 파악해야 아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초중고교 시절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과 학습을 통해 자기 적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때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좋아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전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거나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미완성, 미성숙의 존재이다. 따라서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때론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혜로운 부모라면 아이가 잘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진로 지도는 더욱 그러하다.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정해놓고 아이를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것보다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박교선 영재사관학원 입시총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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