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교육을 돈으로 살 순 없죠”

  • 입력 2008년 6월 4일 05시 57분


울산 북구 중산동 약수마을 뒤 동대산 중턱. 울산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이 2010년 3월 개교할 울산외국어고(18학급, 450명) 건립 예정지다.

울주군과 1년여에 걸친 경합 끝에 울산외고가 이곳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주민들이 학교 용지를 기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을주민 등 175명으로 구성된 ‘약수동산회’는 2001년 5월 공동 소유의 야산 65만여 m²를 울산 북구청에 대학 신설 용지로 내놓았다. 당시 울산시가 국립대 유치를 추진하자 주민들이 대학 유치를 위해 산을 기증하기로 결의한 것.

이 산은 1940년대 70여 명의 마을주민이 공동묘지로 쓰거나 땔감용 나무 벌채를 위해 공동으로 매입했고 이 땅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약수동산회를 조직해 관리해 왔다.

그러나 울산국립대가 2006년 2월 울주군 언양읍에 들어서기로 결정되자 대학 유치를 조건으로 체결된 기증협약서도 자동 파기됐다. 이런 와중에 울산시교육청이 2006년 12월 울산외고 건립 후보지를 물색하자 북구청은 약수동산회에 “그 땅을 울산외고 용지로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총회에서 “마을 뒤로 공단이 조성되고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어서 땅값이 급등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류인덕(68) 회장 등 어르신들이 “화목한 마을이 땅 때문에 흉흉해질 수 있다.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를 유치하자”고 설득해 수차례 회의 끝에 7만9102m²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이 땅은 3.3m²당 20만∼30만 원으로 총시가가 45억∼70억 원에 이른다.

이제 남은 일은 관계기관이 울산외고를 차질 없이 개교해 명문 학교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소중한 재산을 희사한 약수마을 주민들의 숭고한 뜻을 받드는 길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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