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을지로 한밤까지 ‘맴돌이 시위’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세종로 사거리 버스로 봉쇄 서울 도심 한복판인 세종로 사거리가 29일 완전히 막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청와대로 향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네 방향 도로를 전경버스로 봉쇄했다. 원대연 기자
세종로 사거리 버스로 봉쇄 서울 도심 한복판인 세종로 사거리가 29일 완전히 막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청와대로 향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네 방향 도로를 전경버스로 봉쇄했다. 원대연 기자
대학생-직장인 가세 “국민 불복종” 구호

민노총 “냉동창고 쇠고기 출하 저지하겠다”

검찰, 가두시위 연행 106명 전원 석방방침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 고시가 발표된 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9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해 고시 철회를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을지로와 종로 등 서울 도심 도로를 점거한 채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그동안 촛불집회가 열린 청계광장을 경찰이 차량으로 막자 서울광장으로 옮겨 이날 오후 7시경 시작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국민을 상대로 싸우자는 것이냐”며 촛불집회에서는 처음으로 ‘국민 소환’ 구호를 외쳤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이날 집회에는 퇴근길에 합류한 30, 40대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촛불시위가 시작된 2일 이후 처음으로 대학생 500여 명이 각 학교 총학생회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오후 5시부터 서울 성북구 안암캠퍼스에서 집회를 한 뒤 서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것을 비롯해 성균관대 중앙대 이화여대 학생들도 학생회 단위로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장 부근에서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나눠주며 시위 참가를 권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일부 여성 참가자 등은 집회 시작 전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서울광장을 출발해 300여 m 떨어진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8시 반부터 ‘독재 이명박, 국민 불복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광장을 출발해 한국은행 앞을 지나 을지로와 종로, 광화문 일대를 돌며 엿새째 거리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의 행진으로 을지로는 한동안 모든 차로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됐고 종로에서는 편도 4차로가 시위대에 점거됐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도심은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오후 9시 반경 지하철 을지로3가역 부근에서 거리시위를 지켜보던 통합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기자들에게 “정부가 국민의 재협상 요구를 무시했다. 국민의 반응을 듣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와 강기갑 원내대표 등은 오후 10시부터 청계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오후 10시 10분 세종로 광화문우체국 부근에 도착한 시위대는 세종로 사거리로 진출하려했으나 경찰에 저지당하자 왕복 8차선을 모두 점거한 채 연좌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행진을 가로막은 전경버스에 다가가 “이명박 아웃, 아이들이 무슨 죄냐”고 소리쳤고, 버스에 ‘고시 철회’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기도 했다.

40분간 도로를 점거하던 시위대는 뒤편에서 “뒤로 빠지자”는 함성이 울리자 다시 행진을 시작해 오후 11시 반경 종로구 안국동까지 진출했다. 시위대는 안국 로터리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저지됐다.

경찰은 종로에서 세종로 사거리로 진입하는 도로에 전경버스로 저지선을 만들어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다.

경찰은 이날 세종로 부근 등에 105개 중대(1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시위대의 청와대 방향 진출을 저지했으나 종로 일대의 거리시위는 저지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 50여 명은 이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 강동냉장 제2창고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 발표에 따른 대정부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민주노총은 30일 오후 2시 전국 14개 냉동창고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고시가 관보에 게재되는 다음 달 3일경 미국산 쇠고기 출하 및 운송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또 다음 달 3일과 10일에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총파업 추진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총련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도 31일부터 이틀간 대학로와 청계광장에서 ‘한국대학생대회’를 열기로 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의 시위에 대비해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하는 용인(4곳) 광주(6곳) 이천(1곳) 화성(1곳) 등 냉동창고 12곳에 1개 중대(100여 명)씩 모두 12개 중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민노총이 운송 저지나 도로 점거 등 불법시위를 벌일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도심 가두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된 106명을 전원 석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은 시위에 참가해 불구속 입건된 참가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원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등 주요 도시서도 집회

한편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도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 시민 200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오후 9시경부터 거리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 밖에 충북 전남 등 전국적으로 12개 지역 23곳에서 시민 3400여 명이 참석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국민대책회의 “고시 강행은 대국민 선전포고”

뉴라이트연합 “절차 따르되 문제점 개선해야”▼

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정부의 고시가 발표되자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1700여 개 시민 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고시 강행은 국민의 뜻을 거스른 것으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미국산 쇠고기 불매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추가협의를 통해 모든 문제점을 해소했다고 하지만 기존 한미 쇠고기 합의서에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럽게 고시를 발표해 논란이 커진 것 같다”며 “정부가 현재의 난국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절차를 따르되 만약 문제점이 발생하면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며 “고시 발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 나온 결과라 이것을 반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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