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브루노 바우만 지음, 이수영 옮김(다른우리)

태양과 사구… 광활한 적막…

시간도 멈춰서버린 사막

여행자는 문득 깨닫는다

인간은 한 알의 모래일 뿐임을

자연앞에 초라한 존재임을

‘한번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땅’, 죽음의 사막이 있다. 바로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실크로드 천산남로와 서역남로 사이에 위치한 이 사막은 낙타마저 연일 죽어가는 곳. 저자는 이곳을 탐험하면서 사막의 무한세계와 원초적 대화를 나눈다. 저자는 타클라마칸을 수식하는 ‘절대성의 언어’는 없음을 깨닫는다. 태초에 신이 비워놓은 ‘순수 영역’이기 때문이다. 타클라마칸은 생(生)과 사(死)의 접점을 보여준다. 다음의 글을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온통 모래 언덕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드넓은 바다에서 물결이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 무한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하루 종일 혼자 앞서 나갔다. (…) 발을 모래 속에 파묻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뒤로 나의 외로운 흔적은 끝없는 모래 속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온통 노란색으로 층을 이루는 모래산들뿐이었다. 비현실적인 적막감이 나를 에워쌌다. 그것의 종착역은 고요함이었다. (229쪽)

(나) 낙타들은 몹시 처량한 모습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니키의 종말은 빨리 찾아왔다. 니키는 마지막 힘을 다해 모래언덕을 넘자마자 쓰러지더니 앞으로 누워 다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우리는 온몸이 마비된 듯 제자리에 서 있었다. (…) 니키는 모래 위에 머리를 축 늘어뜨리더니 하얀 거품을 물고는 얕은 숨을 내쉬었다. 달리 길이 없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니키 옆으로 다가갔다. 니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339쪽)

위 글을 통해 우리는 광대한 사막에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을 본다. (가)는 사막의 거대한 모래언덕과 마주한 인간의 심정이다.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서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임을 확인할 뿐이다. (나)는 목적지인 호탄 강을 사흘 앞두고 낙타 니키에게 죽음이 찾아온 순간이다. 사막 모험가에게 낙타는 분신이다. 극한상황 속에서 인간과 낙타는 같은 생명으로 이어져 하나가 된다.

위 글을 바탕으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에 나타난 인간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 실체를 밝히고 인간의 한계를 보는 올바른 인식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문제를 만들어보자. 태양과 모래만이 존재하는 광활한 사막에서 인간은 무력감을 느낀다. 허상이 벗겨진 인간의 실체가 무력감을 통해 표현된다. 인간은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무력한 존재일 뿐. 사막의 극한 상태는 인간을 자신의 본연적인 모습과 대면하게 만듦으로써 인간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던 오만한 인간에게 사막은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막을 통해 인간은 진정한 인간이 된다.

② ‘낙타의 죽음을 둘러싸고 (나)에 드러난 생명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올바른 삶의 가치란 무엇인지 서술해보시오’라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저자는 죽은 낙타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물을 흘린다. 뜨거운 사막에서 인간은 낙타이고 낙타는 인간이다. 사막의 극한상황은 생명의 본질이 하나란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낙타의 죽음을 통해 인간은 생명의 본질을 본다. 그 순간 인간은 진실한 자아에서 나오는 생명의 참모습을 본다. 극한상황에서만 확인 가능한 순수한 생명체의 진실이다. 삶의 가치는 생명의 본질을 인식할 때 높아진다.

저자는 사막에서 무당벌레를 본다. 생명의 사신으로 여겨 배낭에 넣고 무당벌레와 동행한다. 이처럼 저자는 사막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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