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어린이 등하굣길 이상무” 할아버지들이 지킨다

  • 입력 2008년 4월 9일 07시 20분


8일 오후 전남 순천시 남재동 성남초등학교 정문.

빨간 모자를 쓴 조중석(78), 김종선(71) 할아버지가 학교를 나서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두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골목 호랑이할아버지단원’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조 씨는 “최근 어린이 납치, 폭행이 잇따라 등하굣길에 ‘아동 지킴이’로 나섰다”며 “오전에는 교통정리를 하고 오후에는 아이들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무척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2004년 5월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만 65세 이상 할아버지들로 ‘골목 호랑이할아버지단’을 결성했다.

결성 당시 176명이던 단원이 올해는 21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순천시 전체 28개 초등학교에서 2인 또는 3인 1조로 오전과 오후 1시간씩 등하굣길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김재선(77) 단장은 “한 달에 중식비로 16만 원을 받지만 돈보다는 나이 들어서도 활동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보람”이라며 “2년에 한 번씩 읍면동 추천을 통해 단원을 뽑는데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여수시도 노인들에게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수시는 그동안 거리청소와 꽃 가꾸기 등을 해온 노인 554명을 시내 초등학교 75개 주변에 배치해 학생들의 안전 귀가를 돕고 있다.

목포시도 불법 주정차 계도요원과 관광안내 도우미 등으로 활동 중인 노인 900명 가운데 일부를 초등학교 주변 등하굣길에 배치하기로 했다.

강명원 목포시 노인복지계장은 “아동 사건을 예방하고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노인 인력을 활용해 아동지킴이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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