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럴 수가…” 혜진-예슬양 가족 울분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16일 밤 안양 여자 초등학생 실종?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기 안양시 메트로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온종일 지키던 이혜진 양의 어머니(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16일 밤 안양 여자 초등학생 실종?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기 안양시 메트로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온종일 지키던 이혜진 양의 어머니(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정말이에요? 범인이 잡혔나요?”

16일 오후 유력한 용의자가 잡혔다는 소식을 친지에게서 전해들은 이혜진 양의 가족은 믿기지 않는 듯 똑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 양의 가족은 3일째 경기 안양시 메트로병원에 차려진 이 양의 빈소를 지키면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용의자 검거 소식을 전해 듣고 억눌렀던 감정이 되살아난 듯 오열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혜진아, 혜진아”를 외쳤고 이 양의 아버지 역시 손등으로 연방 눈물을 훔쳤다.

가족은 용의자가 이 양의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집에 사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듣고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예슬 양의 가족도 용의자 검거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양 집에서 50m 정도 떨어진 우 양의 집은 이날 저녁 불이 켜진 상태에서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우 양의 가족은 우 양이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경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용의자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우 양의 생존 여부에 대해 경찰은 아직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우 양의 어머니는 전화 통화에서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뭐라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안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범행 동기 불분명… 왜 협박 전화 한통도 없었나

■ 풀리지 않는 의문점

안양 초등학생 실종·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됐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은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정모 씨가 범인이라면 범행 동기가 석연치 않다. 아이들이 실종된 뒤 범인은 단 한 차례도 돈을 요구하는 등의 협박 전화를 하지 않았다. 또 현재까지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 정 씨는 정신병력이나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 전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혜진 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성폭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상태.

경찰 관계자도 “어린이를 유괴할 경우 돈을 노리거나 부모에 대한 원한, 성도착증 환자, 정신이상자가 대부분인데 정 씨는 범행동기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이 양 등을 유괴해 집에서 살해한 뒤 렌터카 트렁크에 실어 경기 수원시 야산에 암매장했을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은 14일 정 씨의 집에서 혈흔 반응 검사를 벌였다.

그러나 정 씨의 집에서는 어떠한 혈흔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토막을 내면 혈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의문이다”라며 “정 씨가 자신의 집이 아닌 제3의 장소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 어린이의 집에서 불과 130여 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정 씨에 대한 검거가 82일 만에 이뤄진 것 역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같은 동네에 사는 면식범 또는 성도착증 환자,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행에 무게를 두고 이 양 집 주변 주민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특히 정 씨와 같이 독신 남자가 사는 집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탐문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정 씨의 집도 수색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독거남을 중심으로 이뤄진 수색 초기에 정 씨에 대한 조사를 했으나 당시에는 아무것도 혐의를 둘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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