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자원봉사 100만명의 기적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태안군 인구 6만여명의 15배

만리포등 점차 예전모습 찾아

모두가 막막한 심정이었다. 시커먼 기름이 해안에 밀려왔을 때였다.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기에 검은 파도를 바라보며 분노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검은 기름띠를 함께 걷어 내야 한다고….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서로를 하나로 묶었다

백사장에서 기름 묻은 돌을 닦아 내던 초등학생, 흡착포와 찌꺼기를 모아서 옮기던 회사원과 주부, 중장비를 몰고 달려온 군인….

이렇게 하나둘씩 모인 충남 태안군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의 자원봉사자가 21일로 연인원 100만 명을 넘는다. 만리포 등 태안군의 해안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말 그대로 인간의 물결이 ‘기적’을 만들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1997년 일본 후쿠이 현 미쿠니 마을 인근 해역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뒤 3개월 만에 3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자 일본 열도가 ‘미쿠니의 기적’이라며 흥분했던 일을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세계적인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이날 오전 10시 반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의 홍익대 해양연수원에서 ‘기름 피해 지역 자원봉사 100만 명 돌파 기념행사’를 갖는다.

100만 명째 자원봉사자에게 인증패와 부상을 전달한다. 또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담은 동영상 ‘서해안의 기적’을 방영한다.

주민들은 국민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피해 지역 6개 시군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20일 현재 99만3000여 명. 태안군 인구(6만3279명)의 15배를 넘는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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