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과학의 이론과 실제]기상학의 딜레마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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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를 주의 깊게 들어보면 예전보다 훨씬 정보가 다양하고 정교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의 기상 예보는 다음 날의 날씨, 주요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 및 낮 최고기온, 예보 말미에 나오는 일주일의 날씨 예측이 전부였다. 그나마 일주일의 날씨 예측도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의 기상예보는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날씨 정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날씨 정보, 상당히 정확도가 높은 일주일의 기상예보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도 기상예보가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의 기상예보는 실제 날씨와 약간 차이가 있더라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날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작년 여름휴가 시즌에는 날씨 예보를 둘러싸고 많은 불평이 터져 나왔었다.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휴가계획을 바꿨는데 날씨가 맑았다거나, 날씨가 맑을 거라고 해서 휴가계획을 잡았는데 소나기가 내렸다거나 하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었던 것이다. 그 무렵 택시를 탄 적이 있다. 택시 안에는 라디오가 틀어져 있었다. 유명 연예인인 라디오 DJ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이 달나라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된 시대에 국민의 세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간 기상청 기상예보가 왜 정확하지 못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물론 기상청 사람들이 수고를 많이 하고 있다는 말과 자신이 기상예보 과정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한 이야기였지만, 기상청을 탓하는 이야기란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인간이 달에 가는 것과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운지 딱 잘라서 말하기란 힘들다. 그러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이론보다는 현실에 가깝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인 변수가 작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중력을 받는 물체는 진공 중에서 자유낙하를 할 때 가속도 운동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공 중에서’라는 전제다. 다른 변수의 영향이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물체를 떨어뜨릴 때도 이론으로 계산한 것과 같은 속도로 떨어질까? 아니다. 공기가 있어 물체가 저항력을 받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는 공기라는 다른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론적 수치와는 다른 운동 형태를 보이게 된다.

기상예측을 할 때는 어떤 변수가, 날씨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델링을 한다. A라는 변수가 미치는 영향력을 a만큼, B라는 변수가 미치는 영향력을 b만큼, 이런 식으로 각 변수의 중요도에 따라 날씨가 영향을 받는 정도를 고려한 방정식을 만든다. 이 방정식을 통해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변수 자체가 워낙 많고 각각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씨를 예측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기상 모델이 있고, 그중에 한 가지 모델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이 달에 발자국을 찍은 사건은 우리 과학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이는 그 자체로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과학기술 분야의 어려움을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다.

38만Km나 떨어진 달에 인간의 발자국을 찍은 인류이지만, 10Km 밖에 되지 않는 가장 깊은 바다 속까지 내려가 본 사람은 아직 없다. 인간이 가진 과학기술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박경식 학림학원 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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