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3대원칙’…서울대 글쓰기교실의 조언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코멘트
[1] 주제 제대로 찾아

[2] 내 생각 가다듬고

[3] 논리 전개 찬찬히

《대학 입학과 동시에 논술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는 걸까? 아니다. 논술은 오히려 대학에서 공부를 더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하다. 대학 교육은 학생이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사고한 뒤,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작성하는 리포트를 예로 들어보자. 리포트 쓰기의 기본은 논술이다. 리포트는 서평에서부터 에세이 실험보고서에 이르기까지 형태가 다양하지만, 대개 논술의 접근법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 시내 주요대학들은 교내에 ‘글쓰기 교실’ ‘의사소통 연구소’ 등의 기관을 두어 논술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학생들을 지도한다.

21일 서울대 글쓰기 교실의 홍혜리나(43), 정주아(33) 연구원을 만났다. 서울대 글쓰기 교실은 학생이 리포트를 쓰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일대일 상담하고 첨삭지도까지 해줘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두 연구원에게서 요즘 대학생들이 쓴 리포트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문제점과 그 해결방법에 대해 들었다. 논술의 본질은 고등학교와 대학이 다르지 않은 만큼 고교생들에게도 중요한 팁(tip)이 될 수 있다.

○ 주제를 비껴간다: ‘주제 확대·축소형’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반복하는 오류는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교수가 던진 주제를 확대 해석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반대로 주제를 너무 축소한 나머지 지엽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실학의 특징을 분석하시오’란 주제를 생각해 보자. 이에 대해 ‘성리학과 실학을 비교 분석’한 리포트를 써냈다면 이는 주제를 지나치게 확대한 것. 반면 ‘실사구시 이념이 왜 중요한지’를 썼다면 주제를 축소해 버린 경우다.

주제를 비껴간 글을 습관적으로 쓰는 학생은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훈련을 틈틈이 하면 효과적이다. 교수(교사)가 추천한 책이나 특정 분야의 권위자가 쓴 책을 골라 날마다 몇 쪽씩 읽은 다음 내용을 한 문단으로 요약해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유럽에선 대학 수업의 거의 모든 과제가 ‘무엇에 대해 조사하라’가 아니라 ‘이 책의 ○○○쪽부터 ○○○쪽까지 읽고 한 문단으로 요약하라’는 유형입니다. 요약된 내용 아래엔 글의 어떤 내용이 나에게 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간단히 몇 줄 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제에 맞는 글을 쓰는 훈련이 되는 거죠.”(홍 연구원)

○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자료 나열형’

아예 주제가 뭔지 알 수 없는 글을 쓰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런저런 근거를 잔뜩 찾아서 상세히 나열했지만, 정작 근거들을 한데 엮어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주제문’이 없는 경우다. 이런 글은 결국 ‘나의 생각은 없고 남의 말만 부산하게 인용한’ 꼴.

이런 학생들이라면, 자기가 쓸 글의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써보는 훈련이 효과적이다. 서론이란 글의 주제를 환기하면서 ‘내가 앞으로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글을 써나갈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론을 명쾌하게 쓰는 연습을 하면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동일한 주제라도 서론을 여러 개의 ‘버전(version)’으로 써보는 연습도 좋다. 다양한 서론을 쓰다보면 주제를 여러 각도에서 명확히 잡아내는 눈이 생긴다.

○ 너무 앞서간다: ‘논리 비약형’

글을 급하게 써내려간 나머지 논리 전개상 비약이 심한 글도 있다. 이런 글을 쓰는 학생은 대개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다. 자신이 아는 배경지식을 전부 다 쓰려고 조바심을 내다보니 논리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중요한 것은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개다.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단계를 밟아서 쓴 글이 좋은 글입니다. 논술문이나 리포트에도 글의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막힘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조목조목 설명하고 근거를 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정 연구원)

논리 전개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면, 글의 설계도나 다름없는 개요를 상세히 쓰는 연습이 필수다. 개요만 읽어도 자신이 쓸 글의 내용이 완벽하게 전달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개요를 쓰는 데도 어려움을 느끼는 수준이라면 개요를 역(逆)으로 작성해 보는 훈련이 도움이 된다. 잘 된 책을 먼저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잘게 나누고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거꾸로 개요를 구성해 보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글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일정한 ‘틀’을 머릿속에 갖게 되어 내용적으로 한결 촘촘한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