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할머니’ 권순선씨 “나랏돈으로 살았으니 베풀고 가야지”

  • 입력 2007년 12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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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많잖아. 죽기 전에 나도 한번 그런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어….”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80대 할머니가 한 푼, 두 푼 모은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아 추운 세밑에 따뜻함을 던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부산 동구 수정4동 권순선(81·사진) 할머니.

권 할머니는 기초생활비로 매달 나오는 30만 원 중 아껴 모은 18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수정1동 새마을금고에 29일 기탁했다.

그는 4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자식 없이 산동네의 아는 사람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비를 쪼개 이 동네 사회복지사에게 맡겨 저축해 왔다.

“늙은이가 나라에서 주는 돈과 주위 도움으로 살면서 남에게 베푼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모은 돈을 내놓기로 했지.”

가난 때문에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것이 평생 한이 됐다는 그는 “적은 돈이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 전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권 할머니는 집 안에 앉아 TV를 시청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끼니는 복지관에서 배달해 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이동 목욕봉사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이어서 목욕을 하기 어려운 것이 큰 불편이다.

권 할머니는 한 자선단체의 아프리카 기아체험 행사를 TV에서 본 뒤 매달 2만 원을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에도 보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2만 원이면 아이 하나가 한 달간 먹고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웃에게 부탁해 매달 송금하고 있다”는 권 할머니는 “큰돈도 아닌데 세상이 알려지는 것이 쑥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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